[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 미국 예산 전쟁이 일단락됐다. 미국 정치권의 부채협상은 연방정부 일시폐쇄(셧다운)에 이어 채무불이행(디폴트) 직전까지 몰고 가면서 지난 2주간 미국 정치권의 움직임에 따라 전 세계 주식시장이 요동쳤다. 미국 정치권이 전 세계 경제를 공포로 몰아넣은 악의 축이 된 것이다. 하지만 미국달러와 국채의 위상에는 흠집이 전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경제전문채널 CNN머니는 최근 “세계가 마지못해 미국 달러를 사랑한다”고 전했다. 미국 경제의 디폴트 위기 속에서도 세계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위상이 흔들림이 없다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달러를 대체할 통화가 없는 탓이다. 투자회사 스트레이티가스의 제이슨 트레너트 최고투자책임자(CFO)는 “다른 준비통화가 없기 때문”이라면서 “달러의 준비통화는 신성불가침 영역은 아니지만 미국은 디폴트 위기를 극복했다”고 말했다.
미국 정치권의 치킨게임으로 세계 경제가 동요하는 것은 매년 반복되고 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아직까지 묘수가 없어 보인다. 노무라 증권의 조지 곤칼베스 금리전략팀장은 “계속 반복된다면 투자자들이 지긋지긋하겠지만 하룻밤 새 대안을 찾을 수는 없다”면서 “다른 준비통화를 만드는 데 10~20년이 걸리는 데다 바꾸기 위해선 많은 돈을 쥐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경우 최대 미국 국채 보유국이며, 미국을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중국의 관영 뉴스통신 신화통신은 최근 미국의 부채논쟁이 ‘탈미국화 세계’로 이동해야 하는 이유라며 미국을 강력 비난했다.
하지만 중국은 미국의 대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이 곤칼베스 팀장의 전망이다. 그는 우선 중국의 위안화는 자유화할 준비가 전혀 안 됐고, 중국의 금융시스템이 개발되지 않은 점이 중국 대안론의 리스크라고 설명했다.
2008년 미국의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이후 미국 국채가 더 이상 안전자산이 아닐 수 있다는 의문이 제기됐다. 하지만 미국 국채는 오히려 견고한 모습이다.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가 2011년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한 이후 미국 국채금리는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곤칼베스 팀장은 “죽음과 가까운 경험에도 미국 금융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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