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은 8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북한 내부 동향,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수사, 국정원 개혁안 등 현안에 대해 비공개 보고했다. 국가정보원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를 통해 이례적으로 많은 양의 정보를 쏟아냈다. 정보위 여야 간사인 새누리당 조원진, 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이날 공동브리핑을 통해 국정원의 북한동향을 전했다.
국정원이 이날 보고한 내용에 따르면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권력기반 강화를 위해 유일 지배체제를 재정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지배체제 재정비를 위해 개인 우상화 작업을 본격화는 물론 생모인 고영희 묘지를 조성해 주민 참배를 강요하고 있다. 유일사상 10대 원칙도 6월에 개정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또한 군단장급 이상 지휘관 세대교체로 군권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약 44% 군단장급 이상 교체한 것이다. 군단장급 이상 44%이상을 교체한 것은 김정은체제 출범 이후 10개월만이다. 경제관료가 중용되면서 50대 소장파의 약진이 특징이다.
기관별로는 노동당은 부장급 이상 간부가 40%, 각 시도인민위원회 등 간부는 47%가 물갈이 됐다. 군부의 약세도 눈에 띈다. 김정은은 지난해 4월 당 출신인 최룡해를 인민군 총정치국장에 임명한 이후 총참모장, 인민무력부장, 작전국장 등 4대 핵심직위를 빈번히 교체했다.
특히 북한 김정은 제1위원장은 내부적으로 전쟁지도지침서인 전시사업세칙을 개정해 "3년 내에 무력 통일하겠다"고 수시 호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시계획인 '전시사업세칙'에는 '공화국 남반부의 민주애국역량이 들고 일어나 북에 지원을 요구할 경우 전쟁을 선포한다'는 내용을 명기했다.
국정원은 또 김정은은 스위스 체류 경험을 바탕으로 유럽식 잔디광장·테마파크 등 외국 따라하기에 몰두하고 개인적 관심사업에 재원을 낭비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국정원은 군내부에서도 수백만 달러씩 건설사업을 강제로 하고 있어서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열악한 복무환경으로 군부내 불만도 커지면서 군기사고가 2~3배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내부외에도 부족한 재원을 조달하고 있는 해외 공관원들과 상사원들의 불만도 증대하고 있다. 수백만불씩 건설사업납부금을 강제로 할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미림승마클럽, 문수 물놀이장, 마식령 스키장, 능라도유원지 등 특권층 체육위락시설 건설에 3억달러를 낭비했다. 이는 북한주민 전체가 2~3개월간 먹을 옥수수 80만t의 구입비다.
특히 국정원은 "내부 간부들 사이에서 김정은 리더십에 대한 냉소적 시각이 확산하면서 보신주의, 면종복배(面從腹背) 현상이 만연하고 있다"며 "지난 4월 해외 파견자에 대해 동반자녀 1인을 제외하고 소환명령을 지시했으나 동요와 반발로 9월에 철회했고, 이 과정에서 민심이반이 심화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이처럼 고급 정보들이 한꺼번에 풀린 배경에 대해 조 의원은 "북한의 내부 상황이 워낙 매우 급하게 돌아가다 보니 정보의 양 자체가 많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북한은 조건없는 6자회담 복귀로 핵보유국 지위를 확보하고 한반도 정세의 주도권 확보를 기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우라늄 생산 등 핵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5MW(메가와트) 원자로를 재가동했으며 동창리 미사일 발사장에서는 장거리 미사일 엔진실험을 하는 등 핵개발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이밖에 국정원은 진보당 이 의원 수사상황과 관련해서도 '합정동 모임'에서 녹음된 이 의원의 음성을 직접 들려주기도 했으며, 국정원의 사제폭탄 실험 동영상을 보여주는 등 적극적으로 설명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밖에도 '2007년 남북 정상회담대화록 음원파일은 USB(이동식디스크)로 보관하고 있다', '지난해 국정원 심리전단 사업비는 150억원이다' 등의 민감한 정보들이 여야 간사의 입을 통해 흘러나왔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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