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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 정신 '세계인에게는 축제' VS '우리에게는 갈등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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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9월8일 프랑스 파리에 소재한 유네스코 본부에서는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 바로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정신을 기리는 '유네스코 세종대왕 문해상(UNESCO King Sejong Literacy Prize)' 시상식이다.


이 시상은 1990년 유네스코가 제정, 문해력이 낮은 백성을 위해 '인류가 꿈꾸는 최고의 알파벳'이라는 과학적인 문자를 고안한 세종대왕 정신을 실천한 국가 및 단체, 개인 등을 표창해 오고 있는 행사다.

올해 유네스코는 '세종대왕 문해상' 수상단체로 인도의 인적자원개발부 소속 국립문맹퇴치국(The National Literacy Mission Authority)의 문맹 퇴치 운동인 '삭사르 바랏 미션(Saakshar Bharat Mission, 글을 읽을 수 있는 인도)'과 아프리카 차드공화국 구에라(Guera) 지역의 모국어 문해 프로그램(The programme Mother Tongue Literacy)을 선정했다.


이처럼 언어를 통해 백성과 소통을 꾀했던 세종 정신을 기리는 일은 세계인의 축제가 됐다. 그러나 정작 한글 보급이 해외 교포사회와의 소통과 통합은 커녕 갈등 요인으로 변질되고 있다. 정부의 한글글로벌 정책 난맥상 때문이다.

7일 정부의 한국어 보급기관을 살펴보면 외교부는 재외동포재단, 한국국제교류재단을 통해 한글학교 지원, 해외대학 한국학과, 한국학센터 및 한국관련 학회 설치 지원 등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한국국제협력단에서는 한국어교육 해외봉사단 파견 및 외국인 초청 한국어 위탁 연수를 진행하고 있다.


문체부에서는 국립국어원, 세종학당재단 등이 재외동포 한글 교육 및 한국어 교재 개발 등으로 펼치고 있으며 교육부는 국립국제교육원을 통해 한국교육원을 11개국에서 33곳을 운영중이다. 부분적이나마 여성가족부도 결혼이주민의 입국전 현지에서 한국어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이처럼 한글보급기관이 난립해 업무 중복, 부처 이기주의, 해외 현지에서의 영역싸움 등 다양한 문제를 낳고 있다.


그 중에서도 해외 교포 사회의 반발은 심각하다. 특히 세종학당과 한글학교의 충돌은 갈수록 거세다. 현재 세종학당은 지난해 44개국, 90곳에서 올해 51개국, 117곳으로 늘었다. 이어 정부는 5년내 200곳 지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반면 한글학교는 해방 이후 일본을 시작으로 해외 곳곳에서 자연 발생적으로 설립돼 2013년 현재 전 세계 114개국, 1934개교가 운영중이다. 교사수는 1만5491명, 학생수는 10만5711명을 보유한 비정규학교이기는 하나 한국어, 한국사, 한국문학을 교육하는 재외국민의 명실상부한 교육기관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에 기존 한글학교와 세종학당의 충돌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2월, 재미한국학교 북가주 협의회가 미주지역에 세종학당 2곳 신규 지정과 관련, 반발한 것이 단적인 사례다. 당시 협의회는 세종학당이 설립될 경우 한글학교의 교사 및 학생 수급에 마찰과 분란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나아가 재외동포의 정체성 교육을 담당해온 기존 한글학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지정을 취소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즉 세종학당으로 학생과 교사가 빠져나가 한글학교 공동화가 촉진된다는 내용이다.


한글학교와 세종학당의 영역 마찰, 갈등은 정부 부처간 한글 보급 활동이 중복적이거나 차별적인데서 비롯된다. 세종학당에 대한 정부 지원금은 연간 1곳 당 3700만원인 반면 한글학교는 400만∼500만원 수준으로 현저하게 낮은 편이다. 수강료도 두 기관별로 차이가 난다. 당연히 혜택이 많은 쪽으로 학생들의 쏠림현상이 벌어진다.


부처간 업무 중복으로 인한 폐해는 고스란히 한국 교포사회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로 이어진다. 실례로 기존 세종학당이 초급, 중급, 특별과정을 개설, 운영중인 베트남 호찌민시에 지난해 교육부가 한국교육원을 설치해 재외동포 및 현지인 대상 한글 무료 수업을 운영하면서 마찰을 빚고 있다.


반면 지원이 절실한 곳에는 안 되는 경우도 많다. 지난해 세종학당 선정 과정에서 오스트리아 한인 문화회관, 호주 멜번 한글학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한글학교 등이 지원조건이 더 좋은 세종학당으로 전환을 요구했으나 제외됐다. 이는 재외동포재단(외교부 소관)이 반대한 때문이라는 의견이 자자하다.


박홍근 의원(민주당)은 "세계 곳곳에서 부처간, 기관간 과당경쟁으로 한글보급이 혼탁해지고, 해외 현지에서의 갈등요인이 되고 있다"며 "한글학교의 세종학당 전환, 부처 업무 통폐합 등 적극적인 조치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한글 보급의 컨트롤 타워 마련, 관련 업무 재조정, 각 부처 협업 및 조율 등 체계적인 보급 활동, 한글 보급의 이념과 철학 재정립, 현지 특성에 맞는 교육 방식 개발이 절실하다.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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