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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교포사회, '한글' 갈등 심화...폐해만 키우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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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규성 기자]한글 보급이 해외 교포사회와의 소통과 통합은 커녕 갈등 요인으로 변질되고 있다. 정부가 한글글로벌정책을 확대해 나갈수록 각종 폐해도 커지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 한글의 글로벌 영향력을 높이고 새로운 수요에 대응해야 한다는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운용 난맥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해외에서의 반발도 거세다.


◇ 한글글로벌정책 '암초'=18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세종학당은 지난해 44개국, 90곳에서 올해 51개국, 117곳으로 늘었다. 이어 정부는 5년내 200곳 지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올해 새로 세종학당이 설치된 곳은 아시아가 13곳으로 가장 많고, 다음은 유럽 8곳, 중동 4곳, 미주 2곳 등이다. 이 중에서 세종학당이 최초로 설립되는 국가는 유럽의 불가리아, 체코, 벨라루스, 아제르바이잔, 포르투칼 등이며 중동의 이란, 아시아의 키르기스스탄 등 총 7개국이다.


새로 지정된 세종학당 중에는 해당 지역의 명문대가 대거 포함돼 있다. 불가리아의 소피아대, 중국 상하이의 푸단대, 체코 프라하의 찰스대, 포르투칼 리스본의 신리스본대 등이 새로 세종학당 운영기관으로 지정됐다.

그러나 세종학당 확대의 가장 큰 문제는 기존 한글학교와 충돌이 더욱 커진다는 점이다. 지난 2월, 재미한국학교 북가주 협의회가 미주지역에 세종학당 2곳 신규 지정과 관련, 반발한 것이 단적인 사례다. 당시 협의회는 세종학당이 설립될 경우 한글학교의 교사 및 학생 수급에 마찰과 분란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나아가 재외동포의 정체성 교육을 담당해온 기존 한글학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지정을 취소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협의회는 미국내 46개 한글학교 명의로 "세종학당은 애초 취지에 맞게 한국어를 보급하기 어렵고 설립 요구가 있는 곳에 세워져야 한다. 미주에는 수십 년의 노하우를 지닌 1000여 개의 한국학교가 한국어 교육에 앞장서고 있다.세종학당 때문에 교사ㆍ학생이 유출되고 경쟁 분위기가 조성되면 한국학교에서 이뤄지던 자원봉사 차원의 한국어 교육은 실종되고 학원으로 전락하게 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즉 세종학당으로 학생과 교사가 빠져나가 한글학교 공동화가 촉진된다는 내용이다. 세종학당이 설립되는 곳마다 이같은 마찰은 아주 일상적이다.


◇ 보급 방식 개선 시급=한글학교는 2013년 현재 전 세계 114개국, 1934개교가 설립 운영중이다. 교사수는 1만5491명, 학생수는 10만5711명을 보유한 비정규학교이기는 하나 한국어, 한국사, 한국문학을 교육하는 재외국민의 명실상부한 교육기관으로 자리잡고 있다.


반면 정부가 설립한 세종학당은 지난해 43개국, 90곳에서 올해 20개국, 27곳이 추가 지정됨에 따라 51개국, 117곳이 운영중이다. 한글학교와 마찬가지로 한국어 및 한국문화 보급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세계 곳곳에서 한글학교와 세종학당의 영역 마찰, 갈등이 심각한 수준이다. 이는 정부 부처간 한글 보급 활동이 중복적이거나 차별적인데서 비롯된다. 세종학당에 대한 정부 지원금은 연간 1곳 당 3700만원인 반면 한글학교는 400만∼500만원 수준으로 현저하게 낮은 편이다. 수강료도 두 기관별로 차이가 난다. 당연히 혜택이 많은 쪽으로 학생들의 쏠림현상이 벌어진다.


여기에는 한글보급기관의 업무 중복, 부처 이기주의, 해외 현지에서의 영역싸움 등 다양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정부의 한국어 보급 현황을 살펴보면 외교부는 재외동포재단, 한국국제교류재단을 통해 한글학교 지원, 해외대학 한국학과, 한국학센터 및 한국관련 학회 설치 지원 등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한국국제협력단에서는 한국어교육 해외봉사단 파견 및 외국인 초청 한국어 위탁 연수를 진행하고 있다.


문체부에서는 국립국어원, 세종학당재단 등이 재외동포 한글 교육 및 한국어 교재 개발 등으로 펼치고 있으며 교육부는 국립국제교육원을 통해 한국교육원을 11개국에서 33곳을 운영중이다. 부분적이나마 여성가족부도 결혼이주민의 입국전 현지에서 한국어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 결국 폐해는 교민들에게 전가=부처간 업무 중복으로 인한 폐해는 고스란히 한국 교포사회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로 이어진다. 실례로 기존 세종학당이 초급, 중급, 특별과정을 개설, 운영중인 베트남 호찌민시에 지난해 교육부가 한국교육원을 설치해 재외동포 및 현지인 대상 한글 무료 수업을 운영하면서 마찰을 빚고 있다. 한글학교와 세종학당이 벌이는 마찰과 비슷하다.


이에 최근 박홍근 의원(민주당)은 "세계 곳곳에서 부처간, 기관간 과당경쟁으로 한글보급이 혼탁해지고, 해외 현지에서의 갈등요인이 되고 있다"며 "한글학교의 세종학당 전환, 부처 업무 통폐합 등 적극적인 조치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중복문제는 부처 이기주의 때문에 발생한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이 이미 한국학과를 설치하고 한국어교수를 파견한 파키스탄 국립외대, 벨라루스 국립대학교, 폴란드 아담미츠키에비츠대 등에도 세종학당이 추가 설치됐다.


반면 지원이 절실한 곳에는 안 되는 경우도 많다. 지난해 세종학당 선정 과정에서 오스트리아 한인 문화회관, 호주 멜번 한글학교,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한글학교 등이 지원조건이 더 좋은 세종학당으로 전환을 요구했으나 제외됐다. 이는 재외동포재단(외교부 소관)이 반대한 때문이라는 의견이 자자하다.


국립국어원 관계자는 "그동안 한글 보급의 컨트롤 타워 마련, 관련 업무 재조정, 각 부처 협업 및 조율 등 체계적인 보급 활동에 대한 지적과 논의가 여러 차례 이뤄졌는 데도 항상 제자리걸음"이라며 "한글 보급의 이념과 철학을 다시 세우고, 현지 특성에 맞는 교육 방식을 개발해 중장기적으로 대응해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 한국어 보급의 역사=한글 해외 보급사업은 1950년대 일본 조총련의 '조선학교'에 대응해 문교부가 금강학교, 건국학교를 설립한 것이 시초다.이어 1977년 재외국민의 교육 지원 등에 대한 규정이 만들어지면서 한국교육원 설치 및 운영이 가능해졌다. 90년 문화체육관광부는 문교부로부터 어문정책과 문화예술정책, 편수정책을 이관받아 국어의 해외 보급을 위한 주무부서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90년대 초반 한국국제교류재단법 및 90년대 후반 재외동포재단법 제정으로 외교부의 참여가 커졌다. 이 당시 문화부 중심의 어문정책은 변화가 없었다. 이후 다문화사회로 인한 사회통합정책으로 이주자 한국어교육 등이 펼쳐지면서 다양한 부서로 업무가 분산돼 왔다.


현재 한글에 대한 해외 수요는 급속한 증가 추세다. 미국 및 유럽 등의 대학에서는 한국어학과 개설이 증대되고, 심지어는 고등학교 일부에서 제2외국어과정으로 채택되고 있다. 베트남, 몽골 등 한국 경제모델을 도입하거나 경제 개발을 추진하는 나라에서 폭발적인 한국어 배우기 열풍도 거세다. 브라질에서는 한국을 주요 유학대상국가로 정함에 따라 한국어 사용 가치는 크게 높아졌다. 따라서 한글 보보급정책의 새로운 전환점이 요구된다.


이에 문체부 관계자는 "기관별로 해외에 파견하는 한국어교원 처우가 상이하고 해외 소재 한국어 전문가 양성 기관이 부재하는 등 양질의 교사 양성체계가 미흡한 건 사실"이라며"부처간 협업, 업무 조율을 위한 상위기구 설립, 양질의 교사 양성 기반 등 정부 공동 대응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규성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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