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금 회수 많아야 30%…투자자 집단소송 불가피
[아시아경제 이승종 기자, 정재우 기자] 30일 동양그룹이 유동성 부족에 허덕이던 끝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이날 만기를 맞는 1100억원 상환을 앞두고서다. 동양 관련 회사채·기업어음(CP)에 투자한 5만여명의 손실이 불가피하다. 대규모 소송전이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동양그룹은 동양과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 등 3개 계열사의 법정관리를 신청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룹 측은 "최근 유동성 위기가 알려지면서 동양파워 등 주요 계열사나 자산 매각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정상화가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들 3개사의 회사채와 CP에 자금을 넣은 투자자는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법정관리를 신청한 기업은 채권자 소집을 거쳐 청산과 회생 절차 중 선택하게 되는데, 청산 시 자금 회수율은 많아야 20~30% 수준이다. 현재 동양레저와 동양인터내셔널은 자본잠식 상태로 청산 절차 돌입이 유력한 상황이다. 동양은 회생 절차를 밟는다고 해도 높은 회수율을 장담할 수 없다. 법원의 기업회생 계획에 따라 10% 수준의 원금 회수가 가능할 수도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동양그룹은 동양증권을 통해 1만5900명에게 CP 4564억원어치를, 3만1000명에게 회사채 1조원을 판매한 것으로 추정된다. CP는 모두 개인투자자고, 회사채는 개인과 일반법인이 섞여 있다. CP 투자자의 1인당 평균 금액은 2800만원가량이다. 회사채는 대부분 지주사인 동양 분량인데, 지주사 동양 회사채만 8725억원에 달한다.
한 증권사 회사채 연구원은 "동양그룹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며 현 시점부로 모든 채무는 동결된다"며 "채권자를 소집해 청산과 회생 절차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되는데, 청산 시 회수율은 액면가의 20%수준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투자자의 집단 소송은 민간 소비자단체인 금융소비자원이 주도하고 있다. 금융소비자원은 지난 29일 "동양증권이 계열사 CP와 회사채를 판매하는 과정에서 투자자에게 위험을 충분히 고지하지 않았고 동양그룹 자금난이 알려진 23일 직전까지도 전화로 가입과 만기 연장을 권하는 등 불완전판매를 했다"며 "동양증권에 대한 소송을 전제로 투자자들로부터 피해사례를 접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접수된 피해사례는 1000건가량이고, 1인 평균 투자금액은 6000만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이를 감안할 때 총 소송 대상 금액은 500억~600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금융소비자원은 보고 있다.
동양그룹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며 기존에 추진 중이던 동양매직이나 동양파워 지분 매각 등도 잠정 중단되고 법원의 관리하에서 매각 작업을 다시 시작하게 된다. 현재현 회장은 "계열사 및 자산 매각이 극도의 혼란상황이 아닌 철저한 계획과 질서 속에서 이루어진다면 제 가치를 인정받아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동양 사태는 금융지식이 부족한 이들에게 불완전판매를 한 저축은행 후순위채 사태와 동일하다"며 "이제는 금감원 조사를 기다리기보다 법원에 (동양의) 불완전판매 책임을 물을 때"라고 말했다.
한편 유가증권시장에서 동양그룹주는 법정관리 소식에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 30일 오전 9시30분 현재 동양시멘트는 전일 대비 240원(9.64%) 떨어진 2250원을 기록 중이다. 동양증권도 같은 시간 285원(9.97%) 떨어진 2575원을 나타내고 있다.
이승종 기자 hanarum@asiae.co.kr
정재우 기자 jjw@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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