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김근철 특파원] 미국 정치권이 2014회계연도(10월1일~2014년 9월) 예산안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미국 연방정부의 일시폐쇄(셧다운)가 현실화될 것이라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연방정부 폐쇄가 장기화할 경우 이 여파로 미국 4분기 성장률이 1.4%포인트 떨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공화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하원은 29일(현지시간) 현 수준의 정부 예산을 오는 12월15일까지 집행하고 건강보험 개혁안(오바마케어) 본격 실시를 1년 연기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잠정 예산을 표결 처리했다.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표결 직후 "연방 정부의 일시 폐쇄를 막기 위해서는 상원이 하원이 통과시킨 예산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상원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의 해리 리드 상원 원내대표는 즉각 "공화당의 요구는 고려할 가치도 없다"면서 "상원은 오바마케어 1년 유예안을 단호하게 거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백악관도 이날 오바마케어를 무력화하는 예산안에 대해선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언론들은 정부 일시폐쇄 개시를 단 하루 앞두고도 정치권에서 협상의 진전 기미가 없어서 정부 폐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다만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오후 인터넷판을 통해 공화당의 케빈 매카시 하원 의원 등 일부 지도부가 "민주당이 오바마케어 관련 법안들 중 '의료기기세'와 같은 일부 내용이라도 포기한다면 정부 폐쇄를 막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점을 들어 막판 타협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미 연방정부의 일시폐쇄가 이뤄지면 80만~100만명의 공무원이 일시 해고에 들어가면서 경제 전반에 큰 타격을 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마크 잔디 무디스 수석 이코노미스트의 말을 인용, 3~4주 정도의 정부 폐쇄로 현재 2.5%로 추정되는 올해 4분기 미 경제성장률이 1.4%포인트 낮아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미 금융가에선 미국 정부의 일시 폐쇄로 인한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가계 소비는 물론 투자심리도 극도로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한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재임시절인 1995년 말부터 이듬해 1월 사이에 2차례에 걸쳐 26일간 발생한 정부 폐쇄로 1995년 4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은 0.25%포인트 하락했던 것으로 추산된다.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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