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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해영의 좋은시선]병역 특례 기준 강화, 종목 특성부터 파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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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해영의 좋은시선]병역 특례 기준 강화, 종목 특성부터 파악해야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한 야구대표팀[사진=Getty Images/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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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대한민국은 새마을 운동이 한창이었다. 여유는 사치였다. 먹을 것이 부족했던 시기라 배가 나온 사람을 보기 드물었다.

그런 땅에서 스포츠는 그다지 좋은 취급을 받지 못했다. 운동을 하는 학생에겐 어김없이 편견의 시선이 따랐다. 공부를 못한다는 ‘무식’이다. 대한민국은 스포츠 약국이었다.


정부가 국민 건강에 관심을 가지면서 시선은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체력은 국력’이란 슬로건 아래 학교체육,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 결과 대한민국은 올림픽에서 세계 10위권에 위치하는 강국이 됐다. 프로스포츠도 덩달아 발전을 거듭했다.

1988 서울올림픽은 대한민국을 알리는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 이전만 해도 외국인들은 우리나라에 대해 잘 몰랐다. 국제대회에서 만난 외국인들은 “어느 나라에서 왔냐”는 물음에 “대한민국”이라 답하면 대부분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런 나라도 있느냐”는 반응도 있었다.


1988 서울올림픽 이후 세계의 눈은 바뀌었다. 많은 이들이 대한민국을 관심 깊게 지켜봤다. 그렇게 세계에 알려진 우리나라는 박찬호의 메이저리그 진출, 박세리의 미국 여자 프로골프(LPGA) 우승 등으로 더욱 주목을 받았다. 이후엔 2002 월드컵 4강 진출, 2008 베이징올림픽 야구 금메달, 김연아의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 여자 피겨 금메달 등이 그 역할을 했다. 스포츠는 대한민국을 알리는 동시에 국민의 마음도 하나로 모았다. 국위선양의 의미가 꽤 크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병무청은 내년부터 체육 분야 병역 특례 기준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16일 각 스포츠단체에 관련 내용이 담긴 '예술·체육요원 제도개선안'을 전달했다. 이에 따르면 병역 특례는 각종 체육대회애서 얻은 누적 점수 100점 이상의 선수에게만 돌아간다.


현행 병역법에 따르면 체육요원은 올림픽 3위 이상 또는 아시안게임 1위에 입상하면 병역이 면제된다. 개선안에서 올림픽은 금메달 120점, 은메달 100점, 동메달 60점이 각각 부여된다. 아시안게임은 금메달 50점, 은메달 25점, 동메달 15점이다. 즉 올림픽 금·은메달은 이전처럼 단 한 번의 수상만으로 특례를 받을 수 있다. 반면 올림픽 동메달리스트나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는 예전과 달리 추가 실적이 있어야만 기준을 채울 수 있다.


현장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스포츠에 무지한 공무원의 오판으로 보인다. 병역 특례 혜택은 치열한 경쟁을 뚫는 운동선수에게 작은 훈장과 같다. 그 문을 크게 좁히는 건 현실 정책을 역행하는 발상이다. 모든 아마추어 선수들은 메달과 작은 훈장을 기다리며 힘든 어려움을 버텨낸다. 이를 빼앗아간다면 목표의식을 잃고 방황할 수 있다.


이번 강화 방안은 종목의 특성조차 고려되지 않았다. 특히 최근 올림픽 정식종목 재진입에 실패한 야구는 가장 불리한 조건을 떠안았다. 병역 혜택 점수를 얻을 기회가 아시안게임밖에 없는데다 금메달을 목에 걸어도 병역의 의무를 짊어져야 한다. 혜택을 받을 길은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두 개 따는 것뿐이다. 프로야구 선수들의 사기가 바닥을 칠 건 불 보듯 뻔하다. 스포츠의 퇴보를 재촉하는 일이다. 한 단계 발전을 위해선 10년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나 퇴보엔 1달이 채 걸리지 않을 수 있다.


스포츠 강국은 곧 선진국을 의미한다. 특히 프로스포츠의 발전은 지역 경제의 살림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일부 소수의 의견으로 큰 변화를 겪는다면 스포츠계는 큰 충격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회복 불가능한 종목이 나올지도 모른다. 병무청이 이런 현실을 바로 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안타깝다. 심사숙고를 통한 지혜가 발휘되길 간절히 소망한다.


마해영 XTM 프로야구 해설위원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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