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점검 결과..."시민 의식 제고 및 제도적 개선 필요"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무더위와 원전 고장 등으로 지난 여름 사상 최대의 전력 대란이 예고됐지만 공공-민간의 절전 노력으로 일단 한고비 넘긴 상태다. 그러나 아직까지 시민들의 에너지 절약에 대한 의식이 낮고, 제도적 미비점도 많아 개선할 필요성이 많다는 지적이다.
22일 서울시에 따르면 최근 '서울에너지설계사'들을 통해 대형건물 및 상가를 대상으로 여름철 실내 냉방 온도 및 개문 냉방 영업 등에 대해 실태 조사를 한 결과 아직까지 시민 의식의 부재 등으로 전력을 낭비하는 사례가 숱하게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개문 냉방에 대한 지도 단속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문 열고 버젓이 냉방을 하는 업소들이 많았다. 손님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실내온도를 과하게 낮춰놓았으나, 실은 고객의 건강을 해치는 행위였다.
또 24시간 가동되고 있는 수퍼마켓 냉장 쇼케이스의 경우 업소 측에서 냉기유출을 막는 문이나 비닐을 하지 않아 전력을 낭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밤낮없이 켜놓는 광고 조명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특히 최근 들어 이동통신 대리점들은 경쟁처럼 인테리어 조명을 과도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그중 전력소모가 적다는 미명 아래 LED조명을 전면 장식하고 24시간 점등하는 업소들이 상당수다. 그러나 에너지효율이 낮은 백열등, 메탈할라이드램프, 할로겐램프 등은 많은 열을 발생시켜 냉방에너지까지 더 쓰게 만들고 있는 실정이다.
요즘 각 건물 화장실에 많이 설치된 '손 건조기'도 전력 낭비의 주범으로 지목됐다. 손 건조기가 온풍을 내뿜는 순간 소비되는 전력은 최대 2kW 이상으로, 이는 5~6평의 공간을 시원하게 만드는 에어컨의 소비전력에 해당된다. 한여름에도 불필요하게 온풍 기능으로 가동되는 손건조기는 냉방 수요까지 가중시킨다.
뜨겁게 달궈진 비데도 전력 낭비는 마찬가지다. 비데는 더운 여름에도 24시간 시트를 뜨겁게 달구고 온수를 만들어 상시 대기 중으로 전력 먹는 하마였다. 이와 함께 냉온수기도 다들 퇴근한 매장과 사무실에서 밤이 새도록 물을 끓이고 또 끓이고 냉수를 만드느라 계속 전기를 낭비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현재 전력 절약 정책의 문제점도 지적됐다. 우선 GHP 또는 심야전력을 사용해 방축열 방식으로 냉방을 하는 건물에 대해서까지 실내 냉방 온도를 제한하는 것은 단속 취지와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력피크와 무관하게 가스나 심야전력을 활용하는 냉방시스템을 갖춘 건물도 동일한 실내 냉방온도 제한 및 순차 운휴까지 할 필요는 없으며, 피크전력 완화라는 에너지 사용 제한의 취지에 맞게 단속완화 또는 제외해 주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습 기능으로 에어콘을 틀어 놓고 있는 것도 단속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제습 기능도 냉방과 같이 실외기가 가동되고 실내온도가 권장온도 이하로 낮아질 수 있는데, 현재는 단속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냉방 전력 과소비는 마찬가지 이므로 단속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대형건물 내 상가는 적정실내온도 유지와 개문냉방 금지 조치 대상이지만 일반 소규모 상점은 실내온도에 대해 단속이 불가능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불만도 제기됐다. 대형건물 내 상가와 형평성 차원에서 일반 소형 상가도 실내온도 제한 준수의무를 부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여름철 불필요한 온풍, 온수, 온열 기능 사용하는 손건조기와 비데, 사용하지 않는 시간대에 가동되는 냉온정수기 등 전력낭비 사례는 원전하나줄이기 사업과 연계한 에너지절약 실천 시민문화 확산을 통해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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