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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대형마트는 '북적' 재래시장은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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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전쟁터 따로 없고 수산물도 인기
재래시장, 손님 뜸한데 일부 품목만 팔려…'의류ㆍ완구'는 전멸


[르포]대형마트는 '북적' 재래시장은 '한숨' ▲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시장에서 한 주부 손님이 과일 진열대를 둘러 보고 있다. 같은날 오후 이마트 은평점에서는 평소보다 3배가량 많은 손님들로 인해 에스컬레이터마다 긴 줄서기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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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장인서 기자]"벌써 한낮인데 여태껏 하나도 못 팔았어. 그나마 과일집이나 전집은 장사가 좀 되려나…." 지난 토요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공덕시장 골목에서는 상인 여러 명이 모여 한숨 섞인 수다를 쏟아내고 있었다. 추석을 앞두고 지난 11일 열렸다는 '마포공덕시장 노래자랑' 현수막만이 한가롭게 펄럭였다.


한가위 대목을 맞았지만 전통시장 분위기가 예년 같지 않다. 공덕시장 상인들은 벌써 수년 전부터 이곳 상권이 죽기 시작했다고 입을 모았다. 과일이나 빈대떡, 족발집 등 일부 가게는 제법 손님이 드나들고 흥정하는 소리로 북적였지만 다른 가게는 휴점했나 싶을 정도로 잠잠했다. 시장에서 마주친 손님들은 대개 혼자 장을 보러 온 50~60대 주부였다.

시장골목 초입에서 만난 식당 여주인 김순자(가명ㆍ59)씨는 "그나마 평일에 손님이 좀 오고 주말엔 다들 마트로 가지…. 오늘 같은 날 사람이 많아야 우리도 장사가 되는데 아침부터 지금까지 두 테이블 다녀간 게 전부"라고 털어놨다. "매출이랄 것도 없다"고 설명한 여주인은 "어차피 적자지만 가게를 놀릴 수도 없는 형편"이라며 자리를 떴다.


골목 중간쯤 자리한 생선가게엔 간간히 손님이 하나둘 씩 드나들었다. 막 활어회 포장 하나를 마친 주인은 "추석이라 바쁘겠다"는 기자의 질문에 손사래를 쳤다. 주인은 "2~3년 전만 해도 정신없이 바빴지만 지금은 단골손님도 얼굴을 안 비친다"면서 "다들 아끼느라 그런지 평소 4~5마리 사가던 손님들도 요즘엔 1~2마리만 사간다"고 설명했다.


최근 국민들을 불안케 한 일본 방사능 오염수 문제도 생선가게 인기를 떨어뜨렸다. 정갈하게 진열된 고등어와 갈치, 전어 등 각종 생선박스에는 '국내산'이라는 팻말이 또렷하게 박혀 있지만 10여분 동안 한 할머니 손님이 조기 3마리를 샀을 뿐이다. 이곳에 장을 보러 온 박복선(가명ㆍ69)씨는 "살 것은 이미 마트에서 다 장만해서 몇 가지 물건만 좀 보러 왔다"며 "옛날엔 시장에 오면 덤을 얻는 맛이 있었는데 요즘은 장사가 안되서 그런지 그런 정도 사라졌다"고 말했다.


할머니 손님처럼 시장을 찾는 고객들은 주로 전통시장 단골손님들이 대부분이다. 젊은 가족들을 비롯해 40~50대 대가족들로 붐비는 대형마트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다. 특히 과일과 정육, 전집 등 몇몇 가게에만 수요가 몰렸고 이불집, 완구점, 옷가게 등은 매장이 텅 비어 있었다.


외진 골목 한편에서 이불집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오전 10시에 나왔는데 손님이 하나도 없었다"면서 "식품류는 그나마 팔리지만 이불이나 한복은 누가 여기까지 사러 오겠나. 이번 명절을 보내고 우리도 업종 변경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불집 인근 완구점에는 아예 주인이 자리를 비우고 없었다. 추석 연휴 아이들 선물용으로 인기를 끌 법한 모형 자동차를 비롯해 인형, 머리띠 등의 제품이 가득했지만 바람개비만이 빙그르 돌며 정적을 깼다.


같은 날 오후 5시에 찾은 이마트 은평점은 입구부터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들어가고 나오는 카트의 복잡한 행렬 탓에 입구부터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1층 입구에서 카트 정리를 돕고 있던 매장 직원은 "지난 주말보다 2~3배는 손님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생선이나 육류, 과일, 야채, 쌀 등 주요 식품이 진열된 지하 1층과 우유나 커피, 과자 등 가공식품류가 진열된 1층, 주방도구 등 식기류 관련 제품이 마련된 2층까지도 고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층간을 이어주는 에스컬레이터에는 놀이공원에 온 것 마냥 긴 줄서기가 이어졌다.


특히 생선 코너에서도 '방사능 우려'는 찾아볼 수 없었다. '이마트 수산물은 매일 방사능 검사를 하고 있습니다'는 대형 현수막이 내걸린 가운데 유니폼 차림의 직원들은 포장을 요청하는 고객들을 상대하느라 분주했다.


매장 직원은 "안전검사를 강화한 탓에 손님이 줄었다는 건 전혀 느끼지 못한다"면서 "갈치, 고등어가 특히 잘 팔린다"고 웃음 지었다.


3개 층을 돌아보는 동안 다양한 '1+1', '전단광고' 상품들이 눈길을 끌었다. 저가 화장품을 비롯해, 양말, 와인 등 종류를 가리지 않았고, 과자의 경우 '4+2 골라담기'란 문구로 막판 판촉에 열을 올렸다. 전날까지 한 마리에 3980원이었던 생고등어는 3마리에 5970원까지 할인된 가격에 판매됐다.


추석을 앞두고 손님이 많아진 탓에 주요 인기 매장 외에 스포츠ㆍ아웃도어, 리빙ㆍ인테리어, 애견ㆍ자동차 용품 매장에도 제법 손님이 많았다. 특히 각 층마다 에스컬레이터 앞에 별도의 이벤트 섹션이 마련돼 인기 제품을 보기 좋게 진열해 놨다.


손님이 한 명도 없었던 전통시장과 달리 이마트 완구 코너에서는 홍보 도우미가 어린이 손님들을 위해 직접 제품을 사용해 보이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이마트 은평점 고객만족센터 한 직원은 "추석 전 주말이다 보니 평소보다 많은 손님들이 찾아주신 것 같다"며 "연휴가 시작되는 17일까지는 이 같은 추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장인서 기자 en1302@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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