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 애플의 대명사 프리미엄 비밀주의 전략 사라져…실용주의 강조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잡스가 사라졌다.'
2011년 10월 스티브 잡스 사망 이후 2년간 애플을 떠돌던 그의 철학과 유산은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잡스 시절을 대변하던 프리미엄 전략은 실용주의라는 이름으로 탈바꿈했고, 고집스러운 비밀주의도 무장해제된 채 '한방'에 대한 파괴력을 잃고 말았다. '잡스 애플'은 지고 '(팀)쿡 애플'이 떠오른 것이다.
애플은 1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쿠퍼티노에서 프리미엄형 '아이폰5S'와 보급형 '아이폰5C' 2종을 발표했다. 지난해 9월 아이폰5를 내놓은 지 1년 만이다.
가장 주목되는 것은 애플이 줄곧 고수해온 '온리(only) 프리미엄' 전략의 포기다. 프리미엄 제품을 포기하지 않았지만 신흥 시장을 겨냥한 보급형 제품을 함께 선보인 것이다. 아이폰5C 16기가바이트(GB) 모델은 2년 약정 기준으로 99달러로 기존 모델 대비 가격이 낮다. 필 실러 애플 수석부사장이 올 초 중국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저가형 아이폰은 애플의 미래가 아니다"고 강조했지만 손바닥 뒤짚듯 전략은 수정됐다.
애플이 '고가'와 '저가'라는 투 트랙 전략을 수용한 것은 다분히 삼성전자를 의식한 측면이 크다. 삼성전자가 다양한 가격대로 선진시장과 신흥시장에서 성장하자 비슷한 전략으로 맞대응에 나선 것이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은 3120만대를 판매해 삼성전자 판매량(7600만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결국 강력한 브랜드 파워와 낮은 가격을 앞세운 저가 모델로 중국 등 신흥 시장에서 점유율을 늘리겠다는 복안인 것이다.
애플의 비밀주의도 완전히 무너졌다. 실제로 저가형 아이폰이 출시될 것이며, 지문 인식이 탑재되고, 다양한 색깔이 나올 것이라는 그동안의 루머는 사실로 드러났다. 잡스 시절에는 상상도 하기 힘든 일이다. 사실 잡스는 신제품에 대해 모든 정보를 독점하면서 외부 유출 가능성을 차단했고, 덕분에 제품이 공개될 때 '깜짝 효과'는 극대화됐다. 일각에서는 애플의 스마트폰 시장 영향력이 줄어들면서 부품사 등 협력사를 통한 정보 노출을 더 이상 막을 수 없게 됐다는 관측도 내놓는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의 스마트폰 시장 영향력이 줄어들면서 팀 쿡이 잡스의 DNA를 지우고 있다"며 "팀 쿡이 3.5인치 아이폰 화면에 이어 프리미엄 제품 전략까지 포기하면서 시장에서 실리를 선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