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1949년 6월 26일, 백범 김구선생이 가슴에 총을 맞고 서거한다. 안두희가 쏜 총탄이 빗나가 경교장 2층 김구의 집무실 창문에 난 총탄자국. 서거 직후 경교장 앞뜰엔 수많은 인파의 조문행렬이 이어졌다. 지도자를 잃은 한국의 슬픈 표정을 미국의 유명 사진잡지에 실린 사진 한 장이 고스란히 묘사하고 있다. 당시 사진기자였던 칼 마이던스는 이 사진의 제목을 '혼란 속의 한국, 호랑이를 잃다'고 지었다.
“실을 뽑는 것은 인도를 위한 길입니다. 아무리 풍족한 생활을 하고 있는 이라도 하루 한 시간은 가난한 이를 위하여 차르카를 돌리십시오. 인도인이여, 자기 손으로 자기 옷을 만드십시오.”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에 헌신하고 힌두교도와 이슬람교도의 갈등을 중재하려했던 비폭력 저항운동가 마하트마 간디. 그는 물레질을 통해 독립의 정신을 구현하고자 했다. 1946년 마거릿 버크 화이트는 사진기를 들고 간디를 만나러갔다. 단 세 번의 촬영만이 허락됐다. 플래쉬가 말을 듣지 않더니 다행히 마지막 세 번째 촬영에서 물레 너머 간디의 모습이 담겼다.
지난 6일 세종문화회관 전시관에서 개막된 '라이프 사진전'에서 살펴볼 수 있는 사진들이다. 보도사진 분야에서 선구적 역할을 했던 역대 최고의 포토 매거진 ‘라이프(LIFE)지’가 담아낸 귀한 작품들이다.
현재 인터넷 웹사이트에서만 접해볼 수 있는 라이프지는 종이잡지로는 70여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주간 판매량이 1300만부에 이를 만큼 절대적인 대중의 사랑을 받았던 이 잡지에는 알프레드 아이젠슈테트, 유진 스미스, 로버트 카파, 더글러스 던컨 등 유명 사진작가들이 활동했다. 최고의 사진가들이 남긴 130여점의 작품을 선정해 준비한 이번 전시는 ‘인생을 보기 위해, 세상을 보기 위해(To see the life, To see the world)’라는 라이프의 창간인 헨리 루스의 창간사에 충실하게 기획됐다.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입맞춤을 담은 ‘해병의 키스’는 포토저널리즘의 아버지로 불리우는 알프레드 에이젠슈타트의 작품으로 제 2차 세계대전의 종전을 알리는 소식을 들은 미 해병이 그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길을 지나던 간호사에게 키스를 한 장면을 기록한 사진이다.
완벽주의자로 유명한 사진가 유진 스미스가 남긴 ‘유일한 생존자’와 ‘밀림의 성자 슈바이처 박사’ 그리고 20세기의 희망을 상징하는 ‘낙원으로 가는 길’은 그의 집념을 보여주는 대표작들이다.
이외에도 2차 세계 대전의 정적 히틀러와 처칠의 모습, 아인슈타인이 죽던날 찍은 그의 연구실과 마이클잭슨, 아폴로 11호, 얄타회담 등 세계 근현대사의 굵직한 순간들을 기록한 사진들과 함께 평범한 일상에서 심오한 인생의 철학을 드러내는 사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11월 2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문의 02-747-7790.
오진희 기자 valer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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