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R&D투자 세액공제 적용 대상을 최소 매출 1조원 이상으로 확대해 달라." "공제 대상에 제한이 없고, 공제비율도 100%까지 허용하는 독일의 가업상속 제도를 벤치마킹하라."
중견기업들은 29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 그동안 중견기업들을 괴롭혔던 '신발 속 돌멩이'를 빼 달라고 요청했다. 신발 속 돌멩이는 중소기업의 애로사항을 상징하는 '손톱 밑 가시'와 비슷한 개념으로 중견기업들의 애로사항을 뜻한다. 중견기업 성장시 R&D 지원이 대폭 축소되거나 상속세 부담으로 가업승계가 원활하지 않은 점, 일감 몰아주기로 인한 세금부담 문제 등이 주로 건의됐다.
중견기업의 '피터팬 신드롬'을 불러일으키는 R&D 지원 축소가 가장 시급한 문제로 지적됐다. 한 중견기업 CEO는 "현행 R&D투자 세액공제 혜택이 매출 3000억원 미만 기업에 한정되어 있고, 8%의 공제비율도 대기업과 별반 차이가 없다"며 "적용 대상을 최소 매출 1조원 이상으로 확대하고, 공제비율도 중소기업과 유사한 수준까지는 올려 달라"고 건의했다.
또 다른 CEO도 "중견기업은 중소기업보다 규모가 크고 안정적이어서 상대적으로 질 좋은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으나, 사회보험료 기업부담금의 법인세 비용공제 등을 적용받지 못하고 있다"며 "추가로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에 대해 세제혜택 등을 통해 자발적인 일자리 창출을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한 참석자는 전문연구요원제도의 중견기업 배정 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 중견기업의 R&D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고 요청하기도 했다.
지나친 세금 부담을 줄여달라는 의견도 있었다. 한 CEO는 "이번 세제개편안에 가업승계 공제 대상을 매출액 3000억원까지 확대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며 "독일의 가업상속 제도를 벤치마킹해 가업상속 공제 대상을 매출액 1조원 미만 기업까지 확대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 다른 참석자도 "올해부터 시행된 일감몰아주기 증여세 과세 대상에 중소·중견기업까지 포함돼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며 "일감몰아주기 과세 본래 취지에 맞게 적용대상을 일정 규모 이상의 대기업으로 한정하고, 업종·거래 유형에 따라 적용 예외를 폭넓게 인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창조경제 활성화를 위해 중견기업에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 참석자는 "해외시장 개척은 중소, 중견기업 모두 낯설고 어려운 문제이므로 기업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갖춰질 때까지 정부가 현지정보·법률, 특허, 인력 채용 등에 대한 종합적인 지원을 계속해 달라"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대학ㆍ연구기관 등에 분산되어 있는 연구개발 결과가 중소ㆍ중견기업의 기술개발 혁신활동에 빠르고 쉽게 활용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박 대통령은 "우리 중견기업이 현장에서 느끼는 성장의 걸림돌이 무엇이고, 또 성장을 유인할 수 있는 마중물이 무엇인지 잘 들을 수 있었던 시간"이라며 "장관들은 논의된 내용들을 꼼꼼히 검토해서 중견기업 성장사다리 구축 방안에 잘 반영해 달라"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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