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나영 기자]국회가 입법을 지연하는 바람에 초과 지급된 공무원연금을 개정법의 소급적용으로 환수조치하는 것은 헌법에 위반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29일 퇴직 공무원 이모씨 등이 “공무원연금법 부칙 제1조 등이 재산권을 침해한다”며 제기한 헌법소원 심판청구 사건에서 재판관 7(위헌)대 2(합헌)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이씨 등은 공무원으로 재직하던 중 금고 이상의 형을 받고 퇴직하면서 구공무원연금법에 따라 감액된 퇴직연금을 지급받았다. 헌재는 지난 2007년 해당 법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이듬해 말까지 잠정적용을 명시했다. 그러나 2008년 말까지 개선입법이 이뤄지지 않아 구공무원연금법이 효력을 상실했고 이로 인해 이씨 등은 2009년 1월1일부터 공무원연금공단으로부터 퇴직연금을 전액 지급받았다.
2009년 12월31일 마침내 공무원연금법이 '재직 중의 사유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경우라도 ‘직무와 관련 없는 과실로 인한 경우’ 및 ‘소속 상관의 정당한 직무상의 명령에 따르다가 과실로 인한 경우’는 퇴직급여 등을 감액하지 않는다'는 내용으로 개정됐다. 동시에 해당 부칙은 2009년 1월부터 소급 적용하도록 규정했다.
이에 공무원연금공단은 이씨 등에게 이미 지급한 퇴직연금의 일부를 환수처분하도록 조치했고 이씨 등은 해당처분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해당 부칙 등에 대한 헌법소원을 냈다.
헌재는 “이 사건 부칙조항에 소급입법을 허용할 수밖에 없는 중대한 공익상의 이유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위헌 선고했다.
이어 “이씨 등이 2009년 동안 퇴직연금을 전부 지급받은 것은 국회가 개선입법을 하지 않은 것에 기인하며, 이에 대해 이씨 등은 어떠한 잘못이나 책임이 없음에도 퇴직연금을 환수하는 것은 국가기관의 잘못으로 인한 법집행의 책임을 이들에게 전가시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서기석·조용호 재판관은 “국회 입법지연이라는 우연한 사정만으로 퇴직연금을 전액지급하는 것은 공무원에 대한 국민의 신뢰 등 공익에 반하므로 해당 부칙조항은 예외적으로 소급입법이 허용되야 한다”며 합헌의견을 냈다.
한편 이정미·이진성 재판관은 “공무원이 범죄를 저지른 경우 형사처벌이나 지위박탈 외 퇴직급여까지 감액한다면 특별한 사정이 있어야 할 것인데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은 고의범의 경우 죄질의 경중 등을 따지지 않고 일률적으로 퇴직급여를 감액하는 것은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된다”며 감액조항 자체에 대한 위헌 의견을 냈다.
박나영 기자 bohen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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