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명이 손익분기점, E&M 170억 투자 50억 회수
[아시아경제 진희정 기자]올여름 극장가를 한국 영화 4편이 석권하고 있다. 아직 개봉 중인데도 4편의 관객 수만 2000만명을 넘는 데다 국내 영화 전체 매출의 90% 가까이를 차지할 정도니 시쳇말로 싹쓸이 수준이다. 이 정도면 투자사들은 대박이 났을 것 같지만 현실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흥행의 포문을 연 '설국열차'는 1000만명에 육박하는 관객 수에도 아직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2일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설국열차'와 '더 테러 라이브' '감기' '숨바꼭질' 등 4편의 누적관객 수는 약 2183만명, 누적 매출액은 1552억원이다. 물론 이 돈이 모두 투자사로 가는 것은 아니다. 각 영화의 총매출액 가운데 10%는 부가세로, 3%는 영화발전기금으로 들어간다. 이렇게 13%를 떼고 남은 수익을 배급 및 제작사와 극장이 5대 5로 나눠 가진다. 극장은 관객이 영화를 보는 C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 등이다. 배급사는 만들어진 영화를 유통하는 곳으로 국내 대표 배급사로는 CJ E&M, 쇼박스, 롯데엔터테인먼트 등이 있다. 이들은 배급사인 동시에 투자사이기도 하다.
1000만 관객을 눈앞에 두고 있는 '설국열차'의 배급사는 CJ E&M이다. 영화의 인기 덕에 CJ E&M 주가가 오르기도 했지만 정작 실속은 크지 않다. 설국열차의 현재 극장 매출 누적액은 약 641억원이다. 부가세 64억원(10%)과 영화발전기금 19억원(3%)을 제외한 558억원을 배급 및 제작사와 영화관이 절반인 279억원씩 나눠 갖는다. 이 중 10%가 배급사 수수료로 지급되기 때문에 27억원이 배급을 담당한 CJ E&M의 몫이다. 남은 252억원을 다시 투자회사와 제작사가 나눠 갖는데 이 비율이 보통 6대 4 정도다. CJ E&M은 제작비 570원 중 약 30%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은 252억원 중 약 20%가 CJ E&M 몫인 셈이다. 이렇게 따지면 CJ E&M은 약 170억원을 투자해 지금까지 50억원가량을 회수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230억원에 미리 넘긴 해외 판권을 감안해도 아직은 적자다. 해외 판권을 제작비에서 제외한 투자금액이 340억원이라고 가정해도 지금까지 투자사 전체가 챙긴 몫은 150억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영화 수익은 계약상 변수가 많아 정확한 측정이 어렵지만 일반적인 수익 분배 구조로 보면 설국열차의 손익분기점은 1000만명 정도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CJ E&M는 증권사 초청 기업설명회에서 "설국열차의 해외 개봉을 배제하고 국내 관객이 1000만명을 돌파할 경우, 수수료와 미니멈 개런티를 통해 플러스 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선두주자인 설국열차가 화려한 외형에 비해 아직 실질적 이익을 내지 못한 상태지만 '더 테러 라이브' '감기' '숨바꼭질'은 상대적으로 적은 제작비 덕에 손익분기점을 넘어선 상태다. 설국열차의 10분의 1 수준인 60억원을 들인 더 테러 라이브는 이미 손익분기점(200만명)을 훌쩍 뛰어넘었다. 현재 548만명의 누적 관객 수를 기록 중이다. 차 떼고 포를 떼더라도 플러스 수익을 일찌감치 냈다. 배급사이자 투자에도 일정 부분 참여한 롯데엔터테인먼트가 콧노래를 부르는 이유다.
진희정 기자 hj_j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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