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호남 흐림, 동남·대경 답보'. 700개 기업을 인터뷰하고 5000개 기업을 설문조사해 한국은행이 내린 결론이다. 통계의 함정에서 벗어나겠다며 한은이 각 지역 기업들을 직접 만나 경기보고서를 쓰기 시작했다. 기업들이 한 목소리로 말하는 불안 요인은 최대 수출 시장 중국의 성장세 둔화였다.
28일 한은이 처음 펴낸 지역경제보고서는 16개 지역본부가 지역 내 기업과 유관기관을 직접 만난 뒤 현장의 목소리를 정리해 담았다.
보고서를 보면, 전국 7개 지역권 가운데 수도권·충청·강원·제주 지역의 경기는 약간 나아지고 있었지만, 경상도 일대 동남·대경 지역 경기는 제자리걸음 중이었다. 호남 지역의 경기 상황은 종전보다 더 나빠져 전국 7개 권역 가운데 경기 상황이 가장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호남권 경기가 특별히 나쁜 이유를 묻자 신운 한은 조사국장은 "자동차 업체의 주말 특근 관련 파업이 오랫동안 지속해왔고, 중소 조선업체들이 많아 다른 지역보다 경기를 많이 탔다"고 설명했다.
한은은 보고서에서 "호남지역의 경기는 후퇴하고 생산도 줄었지만 고용은 꾸준히 늘었다"고 기술했다. 같은 지역의 경기 그래프가 다른 방향을 가리키는 셈이다.
이렇게 헷갈리는 지표가 나오는 원인을 묻자 신 국장은 "경기 상황과 괴리된 고용지표가 나오는 건 비단 이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최근 일자리 증가세는 베이비 부머 세대의 은퇴에 따라 서비스업, 사회복지업 등을 중심으로 늘어나 전반적인 경기 상황과 취업자 증가세가 맞아떨어지지 않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에서 기업들이 가장 큰 경영상의 변수로 꼽은 건 '중국 리스크'였다. 인터뷰와 설문조사에 응한 전국의 기업들은 "중국의 성장세 둔화에 따라 판로가 위축될까 걱정스럽다"면서 "미국의 양적완화 규모 축소에 따른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역시 경계해야 할 변수"로 꼽았다.
한은은 앞으로 매 분기에 한 번 이 책을 펴낼 계획이다. 한은 측은 보고서의 표지 컬러를 고려해 지역경제보고서의 별칭을 '골든북'이라 부르기로 했다. 기획재정부가 펴내는 최근 경제동향의 별칭은 '그린북'이다. 녹색 표지 컬러에서 따온 이름이다.
박연미 기자 ch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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