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초대석]빅데이터의 전도사, 박형수 통계청장
가장 많이 사망하는 '최빈연령'도 신설
가중치 3년마다 적용, 보조지표 반영
체감 괴리 큰 물가지수, 실업률 통계 개편
[대담=최창환 세종취재본부장, 정리=정종오 기자] 사망통계가 바뀐다. 현재 사망통계에서 연령별 통계는 89세까지만 이뤄진다. 90세 이상 사망자에 대해서는 일괄적으로 '90세 이상'으로만 집계된다. 가장 많이 사망하는 이른바 '최빈연령'도 신설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많이 사망한 연령은 고령화 현상에 따라 2006년 83세, 2007년 84세, 2008년 85세로 매년 높아지고 있다. 2011년 현재 우리나라 전체 사망자는 25만7396명인데 90세 이상 사망자는 2만1059에 이른다. 90세 이상 사망자가 가장 많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90세 이상'으로만 돼 있다. 이에 따라 89세까지만 집계하던 연령별 사망통계도 99세까지 연령별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박형수 통계청장은 26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밝혀 고령화 시대에 대비한 통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 청장은 이어 최근 물가지수와 실업률 통계의 신뢰성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물가지수를 산정할 때 쓰는 품목선정은 5년단위로 하되 중간에 가중치를 한번씩 조절키로 했다"며 "2010년 대상 물품을 선정하고 올해 가중치를 조정하고 2015년에 조사대상을 조정한 뒤 2018년에 가중치를 다시 조정하는 형식"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소비패턴이 주기적으로 바뀌기 때문에 가중치 변화도 필요하고 본 것이다. 이를 통해 물가지수의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또 실업률 통계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국제노동기구(ILO)의 실업률 보조지표(노동력 저활용 지표)를 반영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박 청장은 조만간 우리나라 5000만명의 정확한 소득구간 통계를 만들기 위해 관계부처의 행정자료를 통한 모집단 구성에 들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복지부, 국세청, 건강보험공단 등의 행정 통계자료를 취합해 소득과 관련된 정확한 모집단을 산출하기로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이번 세법 개정안을 통해 소득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직 정확한 소득통계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우리나라 5000만명의 정확한 소득에 대한 통계가 없다. 문제는 모집단을 만들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일일이 5000만명을 다 조사할 수도 없고, 또 국세청이나 관련 부처의 행정자료를 통해서도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세금을 내지 않는 사람이 37%에 이르기 때문이다. 통계조사를 위해서는 정확한 모집단을 구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통계청은 앞으로 복지부, 국세청, 건강보험공단 등의 각종 행정자료를 취합해 소득통계를 위한 모집단을 구성할 것이다. 100% 완벽하지는 않겠지만 정확도를 가장 많이 높이는 방향으로 행정자료 이용을 설정하고 이를 통해 정확한 소득통계를 산출할 계획에 있다.
-관계부처의 행정자료를 통계청이 임의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인가. 개인정보 침해 문제가 불거질 수 있지 않나.
▲이번에 관련 법안이 많이 개정됐다. 국세청의 과세정보를 건강보험공단이 제공받을 수도 있다. 통계법 상에도 정부의 행정자료를 가져다 쓸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물론 통계법 이외에 관련 법률의 개정도 필요하다. 대부분 국가 통계자료 작성을 위해서라는 조건에서는 가능해 행정자료를 통한 통계 작성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화 시대에 따라 사망연령 최빈값(가장 많이 사망하는 연령)에 대한 관심이 많다.
▲통계청은 연간 사망통계를 공표할 때 나이별 사망자 수를 제공하고 있다. 사망 최빈 연령값은 이용자가 필요할 때 언제든지 산출이 가능하다. 현재 연간 사망통계에서 90세까지는 각 나이별 사망자 수를, 90세 이상에 대해서는 90세 이상 전체를 대상으로 사망자 수를 공표하고 있다. 90세 이상에 대해서는 주민등록 나이가 정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각 세별로 공표할 경우 신뢰성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고령화가 지속되고 있어 주민등록 나이의 정확도가 향상되고 추이를 지켜보면서 90세 이상에 대해서도 각 세별 사망자 수를 공표하도록 하겠다.
-통계는 신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물가지수와 실업률 통계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있는 것 같다.
▲최근 체감하는 현실과 통계 사이에 괴리가 많은 것 같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통계는 정확성과 신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 앞으로 물가지수를 산정할 때 사용하는 '물가 가중치'를 3년마다 적용할 계획이다. 소비패턴이 변화하는 것에 따라 가중치를 달리할 생각이다. 이를 통해 물가지수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실업률 통계에 대해서는 취업준비생과 고시 준비생 등 여러 가지 항목을 반영하는 '실업률 보조지표'를 반영할 계획이다. 국제노동지구(ILO)가 국제표준을 만들고 있는데 확정되면 반영할 것이다. 보다 세분화된 지표가 실업률 통계에 포함되는 것이다. 정권의 필요에 따라, 상황에 따라 변하고 조작되는 통계는 아무 의미가 없다.
-이와 관련해 통계청의 독립성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두 가지 면에서 통계청의 변화가 필요하다. 우선은 통계의 신뢰성과 관련된 독립성이고 두 번째는 통계중심 부처로의 위상을 높이는 게 필요하다. 통계청의 통계는 경제기획원(EPB) 당시 4개국이 만들어지면서 통계국으로 시작했다. 그만큼 통계의 중요성을 인식한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정권의 입맛에 따라 관련 통계가 늦게 공표되거나 또는 제외되는 경우가 있었다. 이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통계청은 앞으로 관련 법령을 정비해 통계의 공표에 대해서는 발표시점, 발표내용 등등 구체적인 항목을 만들 것이다. 통계 공표에 아무런 선입견이 없도록 할 것이다. 두 번째 통계청은 지금 경제통계 등에는 경쟁력이 있는데 사회통계 등 전반적인 통계에 있어서는 많이 부족하다. 관련 부처와 유관 단체 등과 협조해 이런 부족한 부분을 채우나가는 것도 필요하다. 현재 통계청이 기획재정부의 외청으로 있는데 장기적으로는 독립부처로 조직을 개편하거나 인사와 예산의 독립성도 필요하다고 본다. 장기적으로 통계청 독립을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 정부가 생산하는 모든 국가승인 통계는 국가통계포털(www.kosis.kr)을 통해 볼 수 있다. 다만 현재 정부부처에는 통계책임관이 있는데 몇몇 부처를 제외하면 비전문가들이 많다. 이에 대한 문제점도 해결해야 할 숙제다.
정종오 기자 ikok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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