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이 1년 6개월만에 플러스 성장하면서 유럽 경제를 둘러싼 낙관론은 날로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 경제 전문 채널 CNBC는 낙관하기 아직 이르다며 높은 실업률 등 고용시장의 더딘 회복이 유럽 경기회복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유로존의 올해 2ㆍ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3%를 기록하면서 유로존은 2011년 4분기 이후 7분기만에 침체의 늪에서 벗어났다. 이에 따라 유로존 경제가 완연한 회복세로 접어든 게 아니냐는 기대감이 높다.
그러나 영국 소재 글로벌 컨설팅업체 해켓그룹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유럽에서 오는 2017년까지 일자리 190만개가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로써 일자리는 2002년 420만개에서 2017년 46% 줄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해켓그룹은 정보기술(IT)ㆍ금융 같은 부문에서 아웃소싱이 늘어 유럽 대기업에서만 연간 일자리 13만개가 사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올해 말까지 서비스 직군에서만 13만7800명이 실직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기술 발전으로 인간이 하던 일을 기계가 대체하고 유럽의 경기부진까지 겹치면서 역외 아웃소싱이 강화된 데 따른 것이다.
이런 전망은 유럽의 경기회복세가 가시화하고 있다는 전망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다. 실제로 거시지표 호조에도 유럽 고용시장의 회복 속도는 매우 더디다.
무엇보다 유로존 실업률이 여전히 높다. 지난 7월 말 현재 유로존 실업률은 12.1%로 1995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리스와 스페인의 실업률은 25%를 웃돈다. 실업률이 높으면 실질임금 하락으로 소비가 감소한다. 소비감소는 경기회복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유로존 재정위기의 근본 원인이었던 부채 문제도 여전하다. 특히 스페인ㆍ이탈리아ㆍ그리스ㆍ포르투갈 등 구제금융을 받은 국가는 강도 높은 긴축정책으로 성장력이 크게 훼손됐다.
거시경제 리서치 업체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조너선 로인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채무위기 국가들이 심각한 실업률과 부채 증가로 경기회복 분위기와 동떨어져 있다"며 "이들 국가의 채무불이행이나 유로존 탈퇴 우려가 언제든 다시 고개 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제 데이터 제공업체 IHS 글로벌 인사이트의 하워드 아처 이코노미스트도 "현재 유럽의 경기회복 분위기가 과장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채무위기국의 역풍으로 유로존 회복이 제한될 수 있다"며 "오는 가을 유로존 GDP가 하향 조정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성장률 증가가 현지 경제의 구조적 개선에 따른 것인지, 주기적 변동에 따른 것인지 좀더 지켜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브라질 등 신흥국들은 국제통화기금(IMF)의 유로존 구제금융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더욱이 그리스가 추가 구제금융을 요청할 수 있다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조목인 기자 cmi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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