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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직장인은 왜 업무 몰입도 6% 뿐?

"하라는 대로 해" "내가 기계냐?" 상·하 쿵짝이 안맞다
조직 경쟁력, 제대로 된 소통 가장 중요
책임 부여한 권한위임, 직원 사기 높여


[아시아경제 노미란 기자]미국의 소비재 중개회사인 더 하비스트는 '사내 공모'를 통해 미래 전략과 목표를 수립하는 전담 팀을 꾸린다. 리더와 구성원들 사이에서 목표를 설정하고 합의하는 과정을 중시하기 위해서다. 리더의 일방적인 요구와 지시에 의해 목표가 설정되면 구성원의 의지가 저하되고 자율과 창의성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할 것이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공모를 통해 구성된 팀은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회사의 목표를 설정하는 한편, 진행상황과 우수 사례를 공유한다. 상명하달식으로 목표가 수립되는 조직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광경이다.

20일 LG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기업이 원하는 가장 이상적인 조직은 리더의 명령과 지시가 없어도 자율과 창의에 스스로 움직이는 유기체다. 하지만 한국의 상황은 사뭇 다르다. 글로벌 경영컨설팅업체 타워스왓슨이 한국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업무 몰입도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6%만이 '회사 일에 몰입한다'고 답했다. 세계적인 평균이 21%인 것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치다. 더욱이 한국 응답자의 48%는 '몰입하지 않거나 마지못해 일한다'고 답했다. 구성원들이 스스로 사고하는 힘을 키우지 않으면 경쟁에서 뒤쳐질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 직장인의 자율과 창의성을 키우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볼 수 있다.


◆몰입의 우선순위 결정 = 조직 심리학 박사인 로버트 서튼 교수는 "구성원들이 자율적이고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만들려면 회의나 잡무를 줄이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주장한다. 조직 내에서 상당수의 구성원이 '꼭 필요한가?'하는 회의감을 갖게 만드는 일에 매달리고 있다면 그 조직에서 자율과 창의는 찾기 어렵다는 의미다.

구성원의 생산성을 높이려면 보다 의미있고 핵심적인 업무들을 발굴해서 열정과 노력을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집중 근무 시간을 두고 그날 해결해야 할 업무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일을 시작하기에 앞서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은 업무 생산성 또한 향상시키게 된다.


◆때로는 권한 위임도 = 경영 환경이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기업들의 혁신 속도가 빨라질수록 리더 한 사람에게 의지하는 방식은 높은 위험을 수반한다. 심리학자 다니엘 골먼은 "리더의 지시가 과도할 경우 구성원들의 사기와 자부심, 일에 대한 보람이 저해될 수 있어 경계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또, 위기에 직면한 기업의 경우에는 리더보다는 구성원 개별의 열정과 노력이 더 큰 힘이 될 수도 있다. 다만, 권한위임이 무조건적인 무장 해제로 비춰지지 않도록 명확한 책임부여와 모니터링 기능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역사속에서도 상명하달식 리더십 체계를 자율과 권한위임형으로 전환시켜 위기를 극복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1806년 프랑스와의 전쟁에서 패한 프러시아는 지휘관들의 경직된 사고와 피동적인 지휘, 지휘관들의 전문성 부족 등을 패전의 원인으로 파악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군 사령부와 전투 부대 간 지휘 관리 방식을 '자주적 수행'으로 전환하는 개혁을 단행했다. 일선 지휘관이 상부 명령에 의존하지 않고 자주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 결과 프러시아는 6년 후 라이프치히 전투를 통해 프랑스에 빼앗겼던 국토의 대부분을 되찾을 수 있었다.


◆변화에 대한 적극적 사전 대응 = 정보가 홍수처럼 쏟아지는 시대에서 시장의 변화와 기업들의 동향은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하지만 경쟁사에 비해 발 빠르게 변화에 대응하고 시장을 선점하는 것은 쉽지 않다.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스스로 일하는 조직을 만들려면 '혁신'이라는 가치를 구성원들이 공유해야 한다. 구성원들이 항상 새롭고 도전적인 일에 몰입한다면 변화를 미리 포착하고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회사 직원인 하인리히가 이미 발생한 노동재해 5000건을 분석한 결과, 중상 이상의 재해가 발생하기 전에 같은 원인의 경상재해가 29건, 잠재적 사건은 300건이 발생했다. 이는 중대한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존재하는 신호를 파악하면 사건의 예방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 직장인은 왜 업무 몰입도 6%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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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포털 잡코리아가 대한민국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회사가 직원의 창의성을 살려줍니까?"라는 질문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3%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또, '창의적 조직이 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는 '다양한 개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자율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1순위로 꼽혔다. 물론 조직원의 자율과 창의성을 이끌어내면서 조직의 통일성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탁월한 리더가 기업을 성공으로 이끌기도 한다는 점에서 이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조직을 지속적으로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창의와 자율을 겸비한 구성원을 육성하는 것이 필수적 과제일 것이다.




노미란 기자 asiar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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