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 재정상태 악화는 일본 국채 신뢰 잠식 경고
[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일본이 시장 예상보다 낮은 성장률을 발표함으로써 세수증대를 통한 재정적자를 축소하기 위한 소비세인상 시기 연기나 인상폭 축소를 위한 정지작업을 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일본 내각부는 12일 2분기(4~6월)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동기대비 2.6%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예상치 (미국 CNBC기준 2.3~3.9%)를 밑도는 기록이다. 앞서 발표된 1분기 성장률 4.1%는 3.8%로 하향 조정됐다.
2분기 명목 GDP 증가율은 2.9%를 기록, 이 역시 1분기 2.5%에 비해 낮아졌다.
이처럼 낮은 2분기 성장률을 내놓은 것은 아베 신조 총리가 재정 건전화를 위한 소비세 인상에 제동을 걸기 위한 정지작업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아마리 아키라(甘利明) 경제재정ㆍ경제재생 담당상은 다음달 9일 발표될 GDP 확정치를 확인한 이후 소비세 인상 여부를 최종적으로 결정하겠다고 지난 8일 밝혔다.
그렇지만 확정치 또한 낮아질 게 뻔해 보인다. 아베는 1000조 엔을 넘어선 국가부채 축소와 성장률을 택일해야 하는 데 세금이상에 대한 반발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부채는 6월 기준으로 국가부채가 사상 처음으로 1000조 엔을 넘어 1080조 엔을 기록했다. 이중 재정적자분 보완 등을 위한 국채발행액은 8305조 엔이었다.
일본은 복지수당 지급 등 재정지출로 생긴 부족한 재원을 적자 국채를 발행해 충당해왔다. 적자국채는 1965년부터 발행해왔다. 복지비용은 1990년 47조 엔에서 2010년 103조 엔으로 불어나는 등 빠른 속도로 증가해왔다. 그 결과 매년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도 급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올해 재정적자 규모가 GDP의 10.3%로 전년에 비해 1%포인트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국제통화기금(IMF)은 국가부채는 GDP의 245%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재정건전화를 위해 아베 총리는 현재 5%인 소비세를 내년 4월에 8% 올리고, 2015년 10월에 10%로 인상할 계획이었다.
문제는 일본내에서 세금인상에 대한 저항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곳곳에서 시위가 벌어지고 있고 일본 내각에서도 인상시기를 연기하거나 인상폭을 낮추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아베 총리는 지난 8일 세금인상이 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분석할 패널 구성을 지시했다.
그렇지만 소비세 인상은 일본 재정건전화 약속과 일본 국채에 대한 신뢰와 직결돼 있다는 게 문제다. 일본 내각부는 같은날 예정된 소비세를 인상하고 경제가 연평균 3% 성장하더라도 2020년에는 기초재정수지가 GDP의 2%, 12 조 엔에 이르러 재정흑자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디스는 지난 8일 “재정상태 악화는 일본 국채에 대한 신뢰를 잠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로열 뱅크 오브 스코틀랜드 도쿄의 롱 한후아 왕 이코노미스트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국가부채는 아베 정부가 소비세 인상을 추진할 필요성을 강조한다”면서 “이는 그의 정부에 대한 최소의 정책 요구”라고 강조했다.
신용평가사인 무디스의 토마스 번 수석 부사장은 ‘세제개혁과 복지지출 억제는 일본 정부의 재정적자를 축소하고 이자지급 능력을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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