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덥다. 정말로 아열대성 기후로 가고 있는 것일까. 푹푹찌는 불볕더위가 공포스럽다. 이런 더위를 이길 수 있는 기능이 인간에게 있다는 것이 참으로 다행스럽다. 그 기능중 하나가 땀이다.
인간은 겨울이건 여름이건 약37℃를 유지해야 하는 항온(恒溫)동물이다. 이 온도를 유지하기 위하여, 음식물을 섭취하고 섭취된 영양소가 체내에서 연소하여 에너지로 바뀐다. 이렇게 생산된 산열양(散熱量)중 일부가 37℃의 체온유지를 위해 사용된다. 열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 때문에 37℃의 인체와 접하고 있는 환경온이 체온보다 낮으면 체열이 밖으로 방산되고, 체온보다 환경온이 높으면 열이 흡수 된다. 일반적으로 체온이 주위의 환경온 보다 높아서 전도, 대류, 복사 그리고 증발의 네 가지 물리적 작용을 통하여 몸을 식히며 약37℃를 유지한다. 바깥 기온이 높아 체열 방산이 어려워지면 땀이 분비되어 인체를 식힌다.
땀은 더울 때 흘리지만 덥지 않아도 체내에서는 수분이 방산되어 몸을 식혀준다. 이 증발은 인체가 느끼지 못하므로 불감증설(不感蒸泄)이라 한다. 불감증설 양은 성인 남자 경우 하루 800~1200g 정도나 된다.
불감증설외에도 여러 종류의 땀이 있다. 보통 대뇌 온도가 36.9℃에 도달하면 피부에 분포돼 있는 땀샘(2백만~3백만개)을 통해 땀이 분비된다. 이렇게 열을 식히는 땀을 온열성 발한(發汗)이라 한다. 일반적으로 주루룩 땀을 흘릴 때 더 시원하리라 생각하지만 뚝뚝 떨어지는 땀은 열을 식히는데 기여하지 못한다. 피부에 붙어있다 증발하며 열을 함께 내보내는 땀만이 유효한 땀으로서 온열성 발한이 되는 것이다.
이 외에도 극도의 긴장과 놀라움에 의해 손바닥이나 발바닥, 겨드랑이에서 땀이 분비되기도 한다. 이런 땀을 정신성 발한이라 하고, 음식물의 신맛이나 매운맛 등의 자극에 의해 안면에서 땀이 나기도 한다. 이런 땀을 미각성 발한이라 한다. 이런 땀들은 체열방산과는 무관하다.
더우면 땀이 나서 인체를 식혀주는 이 현상도 오묘한 창조주의 솜씨이지만 더욱 재미있는 현상도 있다. 인체의 어느 부위에 압력을 가하면 압박 받은 쪽에서는 땀이 억제되고 대신 압박을 받지 않은 쪽에서는 땀이 증가한다는 사실이다. 이런 현상을 발한반사(發汗反射) 또는 반측발한(反側發汗)이라 한다. 더운 여름날 옆으로 누우면 바닥에 닿는 쪽보다 닿지 않는 반대쪽에서 땀이 더 나고, 의자에 앉았을 때는 하반신 보다 상반신에서 땀이 더 나는 현상이다.
일본학자 高木健太郞씨는 가슴 오른쪽을 연필 같이 뾰족한 봉으로 누르면 오른쪽 얼굴과 오른쪽 가슴 부위에서의 땀이 억제되고 왼쪽에서는 더 난다는 사실을 증명하였다. 또한 가슴 양옆을 동시에 압박하면 상반신 전체에서 땀나는 것이 억제되므로 기모노의 상반신에 매는 넓은 허리띠를 강하게 묶으면 땀 때문에 화장이 지워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하였다. 한복의 치마 말기를 강하게 맬 때도 같은 현상이 나타날 것이다. 잠자리 날개 같은 한복을 입고 땀으로 흐트러지지 않는 단아한 아름다움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바로 반측발한에 있었음에 새삼 감동이 인다.
한복이 아니어도 이 지혜를 무더운 이 여름에 활용해 보길 바란다.
송명견 동덕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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