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JP모건 등 차익거래로 40억달러 벌어들여…FRB에도 불똥
[아시아경제 백우진 기자]원자재 저장창고를 보유한 미국 은행들이 직접 원자재를 거래하면서 시장을 왜곡했다는 의혹이 23일(현지시간) 미국 상원 청문회에 올려졌다.
골드만삭스, JP모건체이스 등 미국 은행들은 알루미늄 등 원자재 공급에 병목현상을 일으켜 실수요 업체들이 웃돈을 지급하도록 하는 피해를 줬다고 비판받고 있다.
이날 워싱턴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밀러쿠어스, SAB밀러, 몰슨쿠어스 등 맥주회사들은 은행들이 런던금속거래소(LME)의 공정하지 않은 규정을 활용해 알루미늄 가격을 띄우고 출고를 늦췄다고 성토했다고 블룸버그 통신 등이 전했다.
맥주회사 밀러쿠어스의 글로벌 리스크 매니저 팀 와이너는 증언에 앞서 낸 자료에서 “은행들이 알루미늄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게 했다”며 “이로 인해 지난해 세계적으로 알루미늄 소재 음료 캔 제조 비용이 30억달러 더 들었다”고 추산했다. 추산의 근거는 내놓지 않았다. 와이너는 “코카콜라와 닥터페퍼, 스네이플 같은 청량음료 회사도 우리와 같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 "가격추이가 아니라 왜곡이 문제" = 골드만삭스ㆍ모건스탠리ㆍJP모건체이스는 지난해 원자재 부문에서 40억달러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은행 관계자들은 청문회에 참석하지 않은 채 반박 자료를 냈다. 골드만삭스와 LME는 해당 기간에 원자재 가격이 하락했다고 주장했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낸 해명자료에서 “알루미늄 현물 가격이 2006년보다 40%가까이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LME는 “알루미늄 공급이 부족하다는 얘기가 없었다”는 주장을 이메일로 돌렸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웹사이트에 낸 해명에서 또 “알루미늄의 95%는 생산자와 딜러가 LME를 거치지 않고 공급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가격추이가 쟁점이 아니라는 반박이 나왔다. 리서치회사 하버 인텔리전스의 호르헤 바즈케스는 “지난 수 년 동안 가격이 하락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때그때 가격이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됐는지를 봐야 한다”고 블룸버그 통신에 설명했다.
◆ 규제당국 FRB에도 불똥= 비판의 화살은 2003년에 은행의 원자재 현물거래를 허용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도 돌려졌다. 금융산업 투자 컨설팅회사 그레이엄 피셔의 조슈아 로스너 애널리스트는 “금융당국이 원자재 시장의 관계망을 이해하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FRB가 감독과 규제를 감당하지 못할 영역을 은행에 허용했다는 것이다.
셰로드 브라운 상원 은행위원장은 청문회가 끝난 뒤 “왜 FRB가 은행의 상품 거래와 상품창고 운영을 허용했는지 따져볼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은행들의 원자재 거래가 논란을 빚자 앞서 19일 FRB는 2003년의 규제완화를 재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 병목현상 어떻게 발생했나= 미국 대형은행들은 상품시장에서 원자재를 거래할 수 있도록 허용된 이후 원자재 저장창고 업체에 투자했다. 골드만삭스는 2010년 '메트로 인터내셔널 트레이드 서비스'를 사들였다. JP모건은 같은해 세계적인 규모의 금속 저장창고 업체 헨리바스를 인수했다.
대형은행들은 선물시세가 현물시세보다 높게 유지되는 상태에서 현물을 매수하고 선물을 매도하는 차익거래에 나섰다. 이에 따라 현물을 포함해 가까운 시기에 인도되는 물량이 줄어들었다.
대형은행들은 사들인 현물을 자회사 저장창고에 손쉽게 보관할 수 있었다. 또 기록적인 저금리도 차익거래에 유리한 조건을 제공했다. 이밖에 저장창고에 하루에 공급하는 최소 금속 물량만 규제한 LME의 소극적인 자세가 차익거래를 조장했다고 지적된다. 예를 들어 새로 현물을 사들여 추가로 저장하는 물량과 공급되는 물량 규모가 연계되도록 했다면 현물을 쌓아두는 차익거래를 계속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말이다.
웃돈이 가장 올라간 품목이 알루미늄이다. 미국 시장에서 알루미늄 프리미엄은 지난 6월에 파운드 당 12~13센트로, 2010년의 6.5센트에 비해 두 배로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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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우진 기자 cobalt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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