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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내 부조리로 자살, 11년 뒤 ‘국가 배상’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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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양성희 기자] 군 관용차를 사적으로 사용하는 참모장에게 받은 스트레스 등으로 군 복무 중 자살한 운전병의 유족에게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48부(부장판사 여미숙)는 2002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모씨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770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24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씨가 과중한 업무와 상관의 폭언으로 자살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는데도 부대 간부들이 보호 의무를 소홀히 한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일부 진술에만 의존해 사망 경위에 대해 섣부른 수사결과를 내놓은 헌병대의 과실이 인정되고 이로 인해 유족이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이 명백하다”고 판단했다.

2001년 육군에 입대한 이씨는 부대 참모장의 운전병으로 배치 받았다. 참모장은 규정을 위반하고 외부 약속장소에 가거나 주말에 집에 들를 때에도 관용차를 이용했다. 또 관사 청소와 빨래 등을 이씨에게 시키기도 했다.


이씨는 늦은 시간까지 참모장의 심부름에 시달리면서도 그가 관용차를 사적으로 이용한다는 사실을 상부에 알릴 수 없어 보고 없이 잦은 외출을 한다는 질책을 받기도 했다. 그러던 중 휴가 때 인수인계를 잘못했다며 간부들의 폭언과 질책을 받게 되자 이씨는 2002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하지만 헌병대는 엉터리 수사결과를 내놨다. 한 선임병이 “이씨가 관사에서 게임하는 것을 본 적 있다”고 진술한 것만을 토대로 이씨가 휴가 중 인터넷 게임을 하다가 게임 아이템을 훔쳤고 이 때문에 형사처벌을 받게 될 것을 우려해 자살했다고 결론지었다. 수사보고서에 적힌 부대원과 지인들의 진술 내용은 모두 위조된 것으로 밝혀졌다.


유족은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 조사를 요청한 끝에 7년 만에 이씨가 군 내 부조리로 사망했다는 결론을 얻게 됐다.




양성희 기자 sung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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