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들 '미래형 공교육' 공감대 형성
13개교에서 시작..227곳으로 퍼져
일반학교에도 원하면 프로그램 제공
교육 살려면 국공립화 등 대학 변해야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98%'. 지난 3월을 기준으로 한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의 공약 이행률이다. 무상급식, 학생인권조례, 고교평준화, 교사 전문성 증대, 사교육비 줄이기, 교사 행정업무 분담 등 김 교육감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6개 정책과제 60개 세부사업이 차곡차곡 교육 현장에서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민선2기 취임 3년 동안 이룬 결실이다. 1년여 남은 임기 중 나머지 2%를 채우는 일도 어렵지 않아 보인다. 김 교육감은 "임기 초기에는 당시 교육과학기술부와의 갈등도 많아 주변에서 우려를 많이 했다"며 "이런 가운데서도 교사와 학생들이 정책에 공감을 많이 해줘 차근차근 추진해나갈 수 있었다"고 소회를 털어놓는다.
김상곤 교육감의 트레이드 마크가 돼 버린 '혁신학교'를 빼놓을 수 없다. 전국 곳곳 공교육에 새바람을 일으킨 혁신학교는 경기도가 '원조'다. 2009년 13개에서 시작해 현재는 227개로 확산됐다. 모두가 '공교육은 답이 없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있을 때 김 교육감은 포기하지 않고 학생들의 창의적이고 자기 주도적인 학습능력을 높일 수 있는 공교육 모델을 제시했다. "현장의 교사들이 열정과 에너지를 가지고 교육을 바꾸려 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보인 김 교육감은 최근 '혁신학교 시즌2'를 내놓았다. 이번에는 '혁신학교의 일반화'가 목표다. '경기발 교육혁명'으로 교육계를 넘어 한국 사회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있는 김 교육감을 최근 만나 그의 교육혁신의 성과와 과제를 들어봤다.
-오늘날 우리 교육의 문제는 교육의 본질에 대한 질문, 즉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잃어버린 데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김 교육감이 강조한 '감성과 지성과 영성을 갖춘 인간'이란 말 속에 우리가 되찾아야 할 교육의 본질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다고 보는데, 어떤 문제의식을 담은 말인가?
▲지금까지 우리 교육은 상당히 왜곡돼왔지만 이제는 교육의 본질에 접근하고 기본에 충실하자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그것은 다함께 추구해야 하는 것이며 그것이 '교육혁신'이 이루고자 하는 것이다. 여기서 '영성'이란 것은 현세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가져야 할 '얼'이자, 민족 '혼'이다. 이런 것들이 올바르게 교육되어 각자가 담지할 수 있으면 좋겠다.
-교육의 개혁은 다른 제도나 기능적인 교수법을 논하기 이전에 가르치는 사람의 문제, 즉 '가르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교사가 있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고 본다.
▲깊은 고민을 할 수밖에 없는 문제다. 우리나라는 교사들을 공부 잘하는 순서로 뽑고, 또 가장 우수한 자질을 가진 사람들이 교사가 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교사들은 현실 안주적이고, 스승으로서의 소명의식보다는 직업인으로서의 상황에 빠져 있는 경우가 꽤 많다.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여건도 상당히 존재한다. 입시위주, 경쟁 일변도의 교육시스템과 중앙집권적인 교육 정책에 따라야 하는 구조 속에서 교사들은 수동적, 피동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므로 교사들이 주체적으로 자기 역할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한다. 그런 여건만 갖춰지면 교사들의 주체성과 열정은 되살아날 것이다.
-혁신학교가 공교육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는데, 앞으로의 구상은 어떻게 하고 있나? 또 혁신학교에 대한 외부의 비판과 견제와 함께 혁신학교와 비혁신학교 간의 격차 등의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처음 혁신학교를 제안했을 때는 나 자신도 우려를 많이 했다. 현장의 교사들이 바뀌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것에 대한 걱정이었다. 그러나 실제 진행과정에서 이는 단순한 우려에 불과했다. 처음 13개 학교가 지정됐을 때는 교사 수도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우리 교육이 이래서는 안된다'는 공감대가 점차 확산되면서 교사로서의 자기 역할을 다하겠다는 교사가 상당히 늘었다. 혁신학교는 학교 다양화 유형의 하나가 아니라 우리 공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를 풀어내기 위한 미래형 공교육 유형이다.
혁신학교가 재정투입에 의해 만들어졌다거나 혁신학교에만 다양한 프로그램이 제공된다는 비판이 있는데 이건 오해다. 지원은 혁신학교에서 새 모델을 만드는 데 필요한 수준에서만 이뤄지고, 거기서 선보이는 다양한 프로그램은 일반학교가 원하면 얼마든지 제공이 가능하다. 현재 경기도 초중고의 10%가 혁신학교인데, 혁신학교의 일반화가 진행되면 앞으로 3년 후에는 50% 이상이 혁신학교 모델을 적용하게 될 것이다.
-교육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육 전문가'들에 의한 폐쇄적 울타리를 좀 더 낮추고 사회적 협의와 논의가 필요하다고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그 동안 교육이 상당히 폐쇄적인 분위기 속에서 운영해왔다는 부분에 동의한다. 진정한 지방교육자치의 시대가 되려면 교육이 개방적인 틀 속에서 함께 논의돼야 한다. 2010년 재선 당시부터 '참여협육'이라는 표현을 개발해서 쓰면서 참여 속에서 거버넌스 시스템을 만들기를 제안했다. 주민참여예산제도도 교육행정기관에서는 가장 먼저 도입했다. 교육자치시스템도 만들었다. 그러나 여전히 아직도 많이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제언으로 대학교육 혁신을 통한 초중등교육 정상화를 강조하고 있다. 대학교육 혁신안으로 어떤 방안을 제시할 수 있나?
▲그동안 대학입시에 초중고교육이 예속돼왔다. 대학교육이 독립변인이었다면 초중고 교육이 종속변인인 식이었다. 이제는 그런 관계를 바꿔야 한다. 대학교육과 초중고 교육이 함께, 동등하게 가야 한다. 대학교육이 그런 면에서 좀 바뀌어야 한다. 특히 대학교육의 공공성을 바탕으로 한 국공립화 등이 필요하며, 대학교육도 혁신을 위해 혁신대학네트워크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 정부가 입시간소화를 제시했다. 그러나 단순한 간소화 수준이 아니라 상당히 큰 변화를 가져오지 않으면, 지금의 입시위주 경쟁교육을 변화시키기는 어렵다.
-지난 2010년 선거에는 무상교육이 큰 쟁점으로 떠올랐는데, 내년 선거에서 교육분야에서는 어떤 화두가 떠오를 것으로 보나?
▲2010년 화두가 된 무상급식은 보편적 교육복지 면에서 상당한 진전을 가져다줬다. 이제는 본격적으로 학교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에 대해 실제적인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아마 혁신학교와 관련된 사항이 중요 이슈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또 공교육을 제대로 세우기 위한 학교문화와 관련, 학교 공동체를 이루는 교사와 학생, 학부모들의 권리와 의무 등이 쟁점이 될 것이다.
-교육감 직선제와 관련한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꽤 있다. 내년도 교육감 선거에는 출마를 할 것인지?
▲지방교육자치가 직선제로 되면서 교육감의 정당 무소속을 명확하게 했다. 이 틀 안에서 교육감은 교육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2007년부터 직선제가 도입됐지만 2010년에 와서야 전국의 교육감이 지방선거와 통합해서 선출됐다. 이 과정에서 엄청나게 많은 토론과 논의가 있었다. 선거 자체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이 있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직선제의 큰 틀을 흔드는 것은 부당하다. (내년도 출마는) 아직 검토하고 있다.
◆김상곤 교육감 약력
-1949년 12월5일 출생
-서울대 경영학과
-1983년 한신대 교수
-1987년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창립 주도
-1989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창립 시 교수위원회 결성 주도
-1995~1997년 '민주화를 위한 전국 교수협의회' 공동의장
-2005~2007년 '전국교수노동조합' 위원장
-2009년 5월~ 경기도 교육청 교육감
대담=이명재 사회문화부 부장 promes@
정리=조민서 기자 summer@
사진=최우창 smi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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