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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벌이에 눈먼 캠프" … 적나라하게 드러난 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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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사고 발생해도 업체-학교-학부모 합의하면 끝
문제 생기면 일년 뒤 이름 바꿔 버젓이 참가자 모집


[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 # 지난해 경북 포항에서 진행된 한 해병대 체험캠프에서 고등학생 1명이 바다에 빠져 숨졌다. 재작년에는 전남 장성에서 청소년 캠프에 참가한 중학생 2명이 물놀이 도중 익사했다. 두 사건 모두 캠프를 진행한 업체 측과 보호자가 보상에 합의하면서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채 조용히 덮어졌다.

# 한 국토순례 프로그램을 이끄는 총대장 A(55) 씨는 작년에 캠프에 참가한 여중생들을 성추행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산을 오르고 물놀이를 하는 과정에서 A씨가 여학생들의 가슴과 엉덩이를 만지는가 하면, 행군 도중 대열에서 뒤쳐진다는 이유로 마구 폭행하기까지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올해 별다른 제재 없이 또 다른 캠프를 열고 참가 학생들을 모집중이다.


"돈 벌이에 눈먼 캠프" … 적나라하게 드러난 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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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태안 해병대 체험캠프 도중 공주사대부고 학생 5명이 숨진 사고는 사실상 예견된 인재였다는 탄식이 쏟아지고 있다. 해마다 반짝 특수를 노리고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는 사설 업체들이 난립해 왔지만 관리·감독을 맡아야 할 정부부처는 방관하고 있고, 학생들을 보호해야 할 학교 측은 모든 프로그램을 업체 측에 위임한 채 손을 놓고 있었다.


◆ 영어캠프에서 무인도 체험까지 … 전국에 5000곳 난립 = 국내에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각종 캠프 산업이 급성장한 것은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였다. 1999년 화성 씨랜드 화재 사건으로 유치원생과 인솔 교사 등 23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해 잠시 위축되는 듯 했지만 이후 영어캠프, 서당캠프, 과학캠프 등 주로 학습 목적의 교육 프로그램으로 발전해 왔다.


10년째 영어캠프 교사로 근무해 온 이모(40) 씨는 "영어캠프가 한창 붐을 타자 유명 어학원과 유학원은 물론 여행사까지 나서 급조한 프로그램으로 학생들을 모집하기도 했다"며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영어권 캠프 중에는 일반 민박집에 아이들을 재우고 현지식이라며 형편 없는 식사를 제공하는 저질 업체들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격주 휴무제에 이어 주5일 근무제가 확대되면서 2007~08년부터는 캠프 종류도 레크레이션과 극기훈련이 결합된 국토순례, 병영체험 등으로 다양화돼 왔다. 특히 정신력을 강화하고 리더쉽까지 키워준다는 해병대 캠프는 30여곳 이상으로 늘어났고, 최근 1~2년 사이에는 TV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의 영향으로 '서바이벌'에 가까운 극기훈련 프로그램도 인기를 끌고 있다.


하지만 현재 전국에 5000곳이 넘는 캠프 업체 중 상당수가 제대로 된 사무실조차 없거나 2~3명의 인력으로 운영될 정도로 열악하다. 캠프를 운영하는 업체들끼리 필요할 때마다 강사나 장비 등을 서로 빌려주거나 빌려오고, 캠프 교육장 역시 시설업자와 그때그때 계약해 사용하면 그만이다.


◆ 학교 체험학습까지 점령한 사설 캠프업체 = 학교에서 단체로 진행하는 체험학습, 수련활동을 이같은 캠프 프로그램이 대신하기도 한다. 원래는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청소년수련원 등 인증받은 기관을 이용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엄격하게 적용되지는 않는다. 반면 학교 행사이다 보니 학생이나 학부모들은 사전에 별다른 확인 없이 학교 측만 믿고 비용을 지불하고 캠프에 참여하게 된다.


한 교육이벤트 업체 관계자 신모(39) 씨는 "예전에는 수학여행이나 운동회 등 교내행사 때 선생님들이 직접 진행을 맡고 학생들을 지도·관리했지만 요즘엔 캠프에서 조교들이 다 알아서 한다"며 "공개입찰을 통해 업체를 선정해야 하지만 규모가 작은 학교는 영업이나 인맥을 통해 수의계약으로 성사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 걸 보면 그 이면에 어떤 거래가 있는지는 모를 일이다"고 한숨을 쉬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학교 행사의 경우 원칙적으로 교직원들도 캠프에 참가해 학생들과 동행해야 한다"며 "하지만 일부 사설 캠프업체들은 아예 선생님들 쉬시라며 따로 방을 잡아주고 술과 음식을 대접하기까지 한다"고 귀띔했다.


◆ 안전 무시한 일회성 캠프, 감독기관· 관련법 절실 = 캠프 도중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종종 발생하지만 사전 예방은 물론 응급상황에 대한 대처도 미흡하다. 한 캠프 관계자는 "뉴스에 보도가 안됐을 뿐이지 해마다 꼭 어린 학생들이 사망했다는 안타까운 얘기를 전해 듣는다"며 "팔, 다리가 부러지거나 성추행을 당해도 학교에서는 문제가 커질까 쉬쉬하고, 학부모들은 한창 공부해야 할 학생들이 괜히 소송이다, 경찰조사다 불려 다닐까봐 대충 합의하고 끝내는 경향이 있다"고 토로했다.


사설 캠프업체들을 명확히 관리·감독하는 기관이 없다 보니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정확한 피해 조사나 법적인 제재도 이뤄지지 않는다. 몇몇 업체는 방학을 앞두고 2~3개월 반짝 운영하다 사라지거나, 문제가 생기면 이듬해 이름만 바꿔단 채 버젓이 참가자를 모집하기도 한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각종 캠프 관련 소비자 피해상담 사례는 2010년 156건, 2011년 225건, 2012년 189건 등 해마다 100∼200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학생들의 목숨을 담보로 하는 사고가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정부가 나서 직접 관리·감독하고 일정 자격 요건을 갖춘 캠프를 선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캠프나라 김병진 사무국장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캠프는 업체들의 돈 벌이가 아니라 교육과 안전이 우선돼야 한다"며 "여성가족부와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련부처가 사설 캠프 인허가 사항 등에 대한 문제점을 파악해 일원화된 법규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인경 기자 ikjo@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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