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한국 항공기가 안전 세계 1등입니다
[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지난 13일 국토교통부 소속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가 미국의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에 공식 서한을 보낸 것은 이례적이었다.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사고원인을 조사하고 협조해준 데 대한 감사 인사와 함께 공정하게 해달라는 원론적인 주장을 담아 '항의' 성격이 짙었기 때문이다.
우리 조사위가 이처럼 소신을 갖고 NTSB에 따질 수 있었던 것은 어디에 근거한 것일까. 항공안전에 관한 한 최고의 기술과 운용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자신감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의 항공안전 수준은 국제연합(UN)의 전문기구인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평가하는 최고 등급이다. 자동착륙계기 기술분야에서도 국산화가 상당부분 진척돼 주요 국가에 수출 중이다.
◆10년 전의 시련이 '약' 되다= 시점을 2000년으로 돌려보면 우리나라는 항공안전평가에서 뼈아픈 경험을 하게 된다. ICAO가 처음으로 전 회원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제1차 의무평가에서 평점 79.79%를 받았다. 162개국 중 53위라는 저조한 성적이었다.
뿐만 아니라 1990년대 말부터 도미노처럼 발생한 국적항공사의 항공사고 영향으로 2001년 8월에는 미 항공청의 안전평가에서 2등급 판정을 받기도 했다.
더 굴욕적인 일은 미군ㆍ외교관들에게 한국 국적항공사 이용 금지령까지 내려졌던 일이다. 국적항공사 편명공유 제한, 미주노선 증편불가, 미국 군인 및 공무원의 우리 국적항공사 이용금지 등 운항 제한으로 금전적으로는 약 2000억원의 손해를 봤다. 같은 해인 2001년 12월 다시 1등급으로 회복했지만 우리의 국제항공안전 신인도는 이미 실추된 상태였다.
이후 정부는 항공안전 분야 최고의 국제적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종합대책과 함께 조직을 개편하는 등 국제기준에서 요구하는 가장 이상적인 국가 항공안전 감독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이에 현재 우리나라의 항공 안전 수준은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항공안전 최상위국, 어떻게?= 최고 수준의 항공안전 신인도를 갖추기 위해 정부는 국제 기준에 맞는 법체계와 지침 등을 만들었다. ICAO 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해당 국가가 국제표준에 근거해 항공안전 감독을 수행할 수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다. 그 출발점에 있는 항공법 및 관련 하위 규정을 보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던 것이다.
공군 등 유관기관과 협조체계를 만드는 것도 절실했다. 항공안전평가는 국가의 항공안전감독 기능 전체를 평가하는 것으로, 우리나라의 경우 수색구조 등을 담당하는 외부기관은 물론 항공교통 관제업무 및 공항시설 관리업무를 수행하는 국방부 공군본부와의 협력은 매우 중요한 사안이었다.
업무의 목적이 상충되는 국방부와의 협조에서 난항을 겪기도 했지만 지속적인 협의 과정을 거쳐 군ㆍ민 공용비행장에 대한 합동 안전점검을 실시했다. 드디어 2008년 5월, ICAO 평가단은 우리나라를 방문해 10일간 평가한 후 완벽에 가까운 평가결과를 내놨다. 평가보고서에는 우리나라의 항공안전 국제기준 이행률을 98.89%라고 밝혔다. 세부적인 평가 결과를 보면 평가대상 8개 분야에 걸쳐 만점에 가까운 국제기준 이행률을 달성했다. 2차 평가가 끝난 지금까지도 깨지지 않는 세계 최고의 기록이다.
◆사고예방 기술을 개발하다= 항공사고는 특성상 인명과 재산 피해 정도가 심각해진다. 우리나라 기준 도로 교통사고 1건당 평균사망 인원이 1.3명이지만 항공사고 1건당 평균 사망 인원은 52명에 달한다.
이에 정부는 항공기 사고 예방 및 안전 운항 확보를 위해 비행 중 항공기 기체와 엔진 상태를 실시간으로 진단, 결함 가능성을 조종사에게 알려주는 안전 진단 시스템, HUMS(Health &Usage Monitoring System) 개발 사업을 2008년 6월 착수, 진행 중이다.
HUMS는 항공기의 고장 진단, 고장 검출, 건전성 모니터링, 하중 이력 예측 방안, 부품 건전성 해석을 수행한다. 항공 사고가 발생하기 이전 구조적 진단을 통해 사고 발생 요인을 사전에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이 시스템 개발을 통해 항공기 사고 발생 요인 중 장비와 사람의 결함에 의해 발생된 사고를 줄일 수 있다.
2005년 8월 한성항공이 제주-청주 노선을 첫 취항한 이후 저비용 항공사(LCC)의 성장속도가 빨라지자 정부는 2010년부터 4개 저비용 항공사를 대상으로 맞춤형 안전 관리에 나서는 등 사각지대를 없애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LCC 이용객들은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세계 최정상급 인천국제공항은 우리의 항공안전을 보여주는 자랑거리 중 하나다. 인천공항은 2001년 3월 29일 개항한 후 11년이라는 짧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항공기 운항과 여객ㆍ화물 처리량이 획기적으로 증가했다. 2011년 국제 여객 운송 세계 9위, 국제 화물 처리 세계 2위의 명실상부한 세계 정상급 공항으로 성장했다.
박소연 기자 m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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