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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밀양 송전탑 갈등, 이제는 끝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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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최종 파행입니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개인 휴대폰에 뜬 문자 메시지를 우연히 본 건 지난 5일 저녁이었다. 평소 기자라는 직업을 무기(?) 삼아 취재원의 휴대폰을 슬쩍슬쩍 엿보았는데 이번 경우 오히려 당황한 쪽은 기자였다. 불과 일곱 글자였지만, 밀양 송전탑 갈등 해결을 위해 구성했던 전문가협의체가 최종 권고안을 도출하는 데 실패했다는 얘기인 걸 눈치 챘다.

중요한 비밀을 봐서가 아니라 전문가협의체에 걸었던 기대가 너무 과했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당시 누군가로부터 메시지를 받은 윤 장관은 입으로는 말을 하고 있었지만 머릿속은 요샛말로 '멘붕(멘탈붕괴)'에 빠졌다는 걸 직감할 수 있었다.


그로부터 일주일이 지난 13일 윤 장관은 밀양을 찾았다. 밀양 송전탑 갈등이 불거진 이래 현직 장관이 현장을 찾은 건 처음이다. 그동안의 장관들은 안 내려간 것이 아니라 못 내려간 쪽에 가깝다. 정부에서는 장관이 직접 갈 '때'를 기다려 왔다. 그만큼 윤 장관의 이번 밀양행(行)은 8년여를 끌어온 밀양 송전탑 갈등에 종지부를 찍을, 서로에게 좋은 '타이밍'이라는 의미다.

먼저 손을 내민 쪽은 정부다. 심리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최적의 마지노선에 닿았다. 고리 원전 3호기는 올 11월 공사를 완료하고 원자력안전위원회의 가동 승인을 거쳐 내년 4월이면 시운전에 들어갈 예정이다. 역산하면 8월 중에는 공사를 재개해야만 한다. 고리 3호기에서 만드는 전기를 송전선로가 없다는 이유로 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밀양 송전탑 갈등은 이해당사자 뿐 아니라 지켜보는 국민도 많이 지치게 하는 사안이다. 밀양 주민의 입장을 이해 못하는 국민은 없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밀양이 다른 지역 송전탑을 통해 전기를 공급받고 있다는 것도 국민은 안다.


국민의 관심이 무관심으로 돌아서는 그 때가 오면 이제는 돌이킬 수 없다. '반대를 위한 반대'라는 일각의 지적이 '팩트(사실)'가 되지 않도록 이제는 한 발씩 물러나 스스로 용단할, 마지막 타이밍이 아닐까 한다.




김혜원 기자 kimhy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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