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와 중소기업청 등이 벤처투자 활성화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벤처 활성화를 신성장동력으로 선택한 것은 한국 경제의 비교 우위 분석에 따른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본다. 독일이나 일본의 중소기업이 정교한 기계나 부품, 중간재 부문에서 경쟁 우위를 보유하고 있는 것처럼 한국의 경쟁 우위를 정보통신기술(ICT) 관련 분야와 각종 벤처기업 활성화에서 찾겠다는 것이다.
한국의 스마트폰 개발이 이미 미국을 따라잡았고 보급률이 세계 평균의 4.6배가 넘는다는 조사보고서만 봐도 ICT 관련 분야의 벤처투자 활성화가 미래의 한국 경제 잠재성장률을 높일 수 있는 돌파구로서 가장 확실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는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문제는 '어떻게 하느냐(how)'다. '무늬만 벤처'를 양산하고 예산 낭비를 하지 않으려면 디테일한 방법론이 훨씬 중요하다. 중소ㆍ벤처기업 지원은 사실상 금융 지원이다. 그런데 정부가 금융시장 전반을 통해 독려하고 있는 중소ㆍ벤처 지원 활성화를 보면 금융의 디테일을 잘 모른 채 마구잡이식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은행들을 상대로 벤처산업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협조하라고 독려하고 있는데 이게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설령 은행들이 100% 정부 정책에 협조할 의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한마디로 불가능한 과제다. 가장 큰 문제는 은행의 경우 원천적으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라는 글로벌 규제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벤처기업처럼 고위험-고수익에 투자할 경우 거의 100% 가까운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하고 BIS비율이 대폭 낮아지기 때문에 은행은 벤처에 대한 대출이나 투자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은행이 자회사나 손자회자를 차려서 벤처기업에 투자할 수도 없다. 국제회계기준(IFRS)의 시행으로 자회사나 손자회사의 재무 상태가 모기업으로 그대로 연결되어 나타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글로벌 규제를 받고 있는 은행이 로컬 벤처를 적극 지원하는 것은 국제 금융시장에서의 신인도나 자본조달 기능을 포기하지 않는 한 불가능한 역할인 셈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은행권에 창조경제를 내세운 벤처산업 지원과 청년창업 지원을 압박하고 있다. 이건 번지수가 틀려도 한참 틀렸다.
오히려 가능성은 7월1일 개장한 코넥스(KONEX) 시장이 훨씬 더 높다고 할 수 있다. 코넥스에서는 재무적으로 아직 안정되지 않아 코스닥에 올라가기 어려운 중소ㆍ벤처기업 주식이 거래되는데 이 역시 단순히 시장을 열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정책적 디테일을 고민해야 한다.
첫째, 가능성이 높은 우량 중소ㆍ벤처기업을 많이 찾아내 거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정부 납품 비율이 높은 중소기업이나 기술력이 높은 벤처기업의 적극적 발굴을 통해 '코넥스 시장의 스타들'과 '성공 신화'를 만들어 내는 것이 핵심이다. 둘째, 발품을 팔아 우량 중기와 벤처기업을 발굴한 후 현장에서 자기 일처럼 직접 중소ㆍ벤처기업을 돕는 벤처 전문 금융회사가 많이 필요하다. 이는 결코 대형 증권사들이 할 역할이 아니다. 기존의 대형 금융사들과는 차별화되는 발로 뛰는 회사, 중기와 벤처의 생리를 생생하게 잘 알고 숙식을 같이하면서 자기 일처럼 성공을 열망하는 회사여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코넥스에 투자하는 전문투자자들이 빠른 시간 내에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론을 고민해야 한다. 전문투자자들이 시장 성공을 위해 마중물을 투자하는 정도는 초기 육성을 위해 어쩔 수 없다고 하더라도 수익성이 나지 않는데 정부 눈치 보기 때문에 억지로 참여하는 것이라면 이전 정부들이 했던 것과 다름없는 예산 낭비만 되풀이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홍은주 한양사이버대 경제금융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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