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투명성기구(TI)가 어제 발표한 '2013 세계부패바로미터(GCB)' 조사 결과는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부패에 대해 경종을 울려 준다. 이 조사는 한국인 1500명을 포함해 107개국 11만430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9월~올해 3월 주로 대면면접 방식으로 실시됐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여론은 '최근 2~3년 새 부패가 더 심해졌는데 부패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효과적이지 않다'는 쪽이다. 2년 전과 비교한 부패의 증감을 묻는 설문에 대한 응답은 '이전과 동일'(47%)을 빼고 보면 '증가'(39%)가 '감소'(14%)보다 훨씬 많다. 부패 척결을 위한 정부 대응의 효과를 묻는 설문에서는 '중립'(30%)을 제외하면 '비효과적'(56%)이라는 응답이 '효과적'(15%)이라는 응답을 압도했다. 교육 등 공공서비스를 이용할 때 뇌물을 제공한 경험을 묻는 설문에는 '있다'는 응답이 3%로 2년 전 조사 때의 2%에 비해 1%포인트 증가했다.
부패는 시장질서와 경제기반을 훼손하고 국민통합을 저해하는 사회의 질병이다. 국민이 보기에 이런 질병이 더 심해졌다면 서둘러 정밀진단을 하고 과감하게 수술도 해서 사회의 건강을 회복시켜야 한다. 그러지 않고는 경제성장이든 분배개선이든 모래 위에 짓는 집과 같아 언제든 허물어질 수 있다.
한국투명성기구는 'MB(이명박) 정부에서 반부패 정책이 실종된 것'을 부패가 심해졌다고 국민들이 생각하게 만든 주된 원인으로 꼽았다. 박근혜정부가 출범한 뒤에는 어땠는가. 국민이 체감할 만큼 반부패 정책이 강화됐다고 보기 어렵다. 지난해 대선 때 차기 정부의 주요 과제 중 하나로 부정부패 척결이 많이 거론됐다. 박근혜정부도 출범 초기에는 그렇게 하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러나 4개월 반이 지난 지금 정부가 그런 의지를 실천에 옮기고 있는지 의문이다.
정부는 기업 부패에 대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을 앞세워 비교적 강도 높게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공직사회 부패에 대해서는 미온적이라는 인상을 준다. 국민이 보기에는 부패가 심한 정도가 정당, 국회, 종교단체, 공무원, 사법부, 경찰, 민간기업 순임이 이번 조사에서 드러났다. 기업보다 공직사회를 더 불신하는 국민 정서가 어디서 나왔는지 공직자들은 스스로 돌아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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