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투자자문사 순위
불황에 수익 창출 어려워 영업익 1억에도 68계단 껑충..적자 땐 곤두박질
[아시아경제 송화정 기자]국내 투자자문사들의 영업이익 기준 순위가 널뛰기를 하고 있다. 1억원이라도 영업익을 내면 자문사 순위는 수직상승한다. 증시 불황이 깊어지면서 자문사들이 그만큼 수익창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방증이다.
◆영업익 1억원에 순위는 68계단 '껑충' = 12일 금융투자협회 공시에 따르면 3년 연속 적자를 내던 다원투자자문사는 지난해 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수익은 고작 1억원에 불과했지만 영업이익 기준 순위는 119위에서 51위로 껑충 뛰었다.
바로투자자문의 순위 상승은 더 드라마틱하다. 2011년 영업적자 13억원을 기록했던 바로투자자문은 지난해 33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순위가 139위에서 6위로 급상승했다.
반면 LIG투자자문은 2011년 영업이익 31억원으로 8위에 올랐으나 지난해 7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적자전환하자 129위로 추락했다.
자문사들의 순위가 이처럼 극심하게 변하는 이유는 그만큼 수익을 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한 자문사 임원은 “요즘처럼 업황이 부진한 상황에서 적자를 내지 않는 것만도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모른다”면서 “상황이 이렇다 보니 조금이라도 수익이 나면 순위가 순식간에 급등하지만 반대로 손실을 내면 추락하기 일쑤”라고 하소연했다.
실제로 2012회계연도 업무보고서를 낸 145개 자문사 중 55.2%에 해당하는 80개사가 적자를 기록했다. 투자자문사 총 당기순이익은 146억원으로 전년대비 58.9% 줄었다. 영업이익도 2545억원으로 28% 감소했다.
◆불황에도 자문사 수는 그대로 =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투자자문사는 총 156개로, 결산기였던 지난 3월말의 157개와 비슷하다.
지난해부터 자산운용사와 증권사들이 구조조정을 실시하면서 매미가 급증하고 있고, 이들이 자문사 설립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매미는 펀드매니저 출신 개미를 말한다. 이들은 여의도의 고급 오피스텔에 자리를 잡고 투자를 하고 있으며 일부는 자문사를 설립한다.
몇년 전 스타 애널리스트로 유명세를 탔던 A씨도 후배 애널리스트와 함께 자문사를 곧 설립할 예정이다. 그는 “불황으로 증권사에서 계속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고 특히 높은 연봉을 받는 애널리스트들이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내 사무실이 있는 오피스텔 건물에는 증권사를 떠나 매미가 된 옛 동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 상황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매미들도 어려움을 겪긴 마찬가지다. 한 펀드매니저는 “매미들이 많이 몰려있는 S빌딩의 경우 모양이 독특해 가지가 있는 나무에 비유된다”면서 “최근 급락장과 함께 여의도 일대에선 여름이 채 가지도 않았는데 S나무에서 매미들이 줄줄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고 전했다.
송화정 기자 panca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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