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중인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이 대주주 적격성 심사의 강도를 놓고 표류하고 있다. '사안이 발생할 때 심사하자'는 정부 및 여당과 '주기적으로 들여다봐야 한다'는 야당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형국이다. 정무위 법안소위는 지난 2일 금융사 지배구조법을 심사한 이후 더 이상 추가적인 모임을 갖지 않고 있다.
박민식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원장(새누리당)은 10일 "임시국회 일정과 상관없이 법안소위를 소집할 수 있지만 양측 의견이 워낙 확고하다"면서 "(의견이 좁혀질 수 있도록) 시간적 여유를 주는 게 낫다고 생각해 당분간 공식적인 논의는 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국회에서 논의중인 금융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은 현재 은행과 저축은행에만 국한된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보험, 증권 등 제2금융권 전체로 확대하자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금융권 전체로 적용하자'는 큰 골격에 대해서는 여야 모두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여야의 견해가 엇갈리는 부분은 대주주 적격성 심사의 세기다. 정부와 여당은 '특정 사안이 발생할 때 들여다봐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야당은 '주기적으로 살펴야 한다'는 소위 '동태적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도입해야 한다는 견해다. 야당안에 따르면 금융위는 특정 대주주의 금융사 인수 뿐 아니라 그 이후에도 주기적으로 승인요건을 갖췄는지 심사해야 하는 것이다. 야당에서는 김기준, 김기식 등 민주당 의원이 이 내용을 포함한 '금융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김기준 의원실 관계자는 "심사를 느슨하게 하면 실효성 없이 다 빠져나갈 수 있다"면서 "소유하고 있는 동안에도 수시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권 전체로 확대하자는 원칙에는 동의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동태적 적격성' 부분에 대해서는 "운영하는데 있어 과잉규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야당 측은 이미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고 있는 은행과 저축은행에 '동태적 적격성 심사'가 적용되고 있는 만큼 2금융권 역시 형평성 차원에서라도 이를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무위 야당측 관계자는 "대주주가 금융시스템에 위험줄 수 있는 우려가 있다면 (권역을) 구분하지 않고 적용해야 한다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와 여당은 보험과 증권은 오너가 소유주로 있는 대기업집단에 속한 경우가 많아 은행 등과는 태생이 다르다는 입장이다. 삼성생명, 현대해상 등 상위 보험사들은 모두 대기업집단 계열사로 돼 있다. 보험, 증권을 주인이 없는 은행과 직접 비교해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적격성 심사가 지나칠 경우 영업이 위축되고 경영에 직접적으로 관여하지 않는 대주주가 계열사 소유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정무위에서는 동태적 적격성 심사가 적용되기 위해서는 위반의 경중을 따질 수 있는 기준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경영 과정에서 다양한 돌발변수가 나타나는 만큼 세밀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박민식 의원은 "법안 자체가 워낙 복잡해 단기간에 결론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면서 "9월 정기국회 이후에나 본격적인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일권 기자 i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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