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장영준 기자]영화 '명왕성'(감독 신수원)에서 주연 '준' 역을 맡아 극과 극의 연기를 보여준 배우 이다윗. 신인 배우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지만 그는 신인이 아니었다. 어린시절부터 배우 생활을 이어온 이다윗은 그간 다양한 작품에서 그 실력을 인정받고 충무로의 새로운 기대주로 각광받고 있다.
한 사립 명문고에서 벌어진 살인사건과 인질극을 통해 무한 경쟁을 강요하는 입시 위주의 교육 현실 속에서 파괴되어 가는 10대들의 모습을 충격적으로 다뤄 교육문제가 얼마나 끔찍한 결과를 낳을 수 있는 지를 보여주는 학원스릴러물 '명왕성'. 이다윗은 극중 준 역을 맡아 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르지만 증거불충분으로 풀려나 다시 학교로 돌아와 자신을 용의자로 몬 아이들에게 복수를 다짐해 얌전한 모범생에서 모든 걸 포기하고 극과 극으로 변화하는 연기 변신을 보인다.
이다윗은 이번 영화가 처음이 아니다. '극락도 살인사건'을 시작으로 이창동 감독의 영화 '시'에 출연했었고, '고지전'(감독 장훈)을 통해 신인상 후보에까지 오른 전력을 갖고 있다. 연기 경력으로만 치면 올해로 10년이 훌쩍 넘었다. 그가 연기를 시작한 건 불과 8살의 나이였다. 그것도 아주 우연히 말이다.
"3살 터울 여동생이 있어요. 동생이 예쁜 어린이 선발대회를 나갔는데, 에이전시 관계자 분께서 동생에게 '혹시 형제가 있느냐?'고 묻더래요. 그래서 동생이 '오빠가 있다'고 했더니 '급하게 남자 아이가 필요한 드라마가 있다'며 출연 제의가 들어왔죠. 얼떨결에 연기를 시작했는데, 그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네요."
그저 TV에 자신이 나오는 모습이 신기했다는 이다윗은 그러나 첫 촬영 분량이 편집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잔뜩 기대를 하고 TV 앞에 앉았지만,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얼마 후 다시 다른 작품에 출연하게 됐고, 다행히 이번에는 편집을 면할 수 있었다. 그렇게 이다윗은 아역으로 활동하던 초반 단역을 전전하며 배우의 꿈을 키우기 시작했다.
"연기 학원은 다닌 적이 없어요. 그냥 현장에서 욕 먹으면서 배운거죠. 처음 주연을 맡은 게 아마 단막극이었을 거에요. 거의 한 회 주인공을 맡은거죠. 엄마 아빠가 이혼한다고 싸우니까 동생 데리고 머리 깎고 절에 들어가겠다는 내용이었는데, 그거 찍을 때 초반에 연기 못한다고 욕 엄청 먹었어요.(웃음)"
이후 영화 '극락도 살인사건'에 출연하며 본격 스크린 신고식을 치른 이다윗은 조금씩 연기의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당시 초등학교 6학년이었던 이다윗은 개인적으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극락도 살인사건'을 꼽았다. 영화 촬영을 마치고 서운해서 눈물도 흘렸고, 한 두달 간 허한 느낌을 받은 작품은 그게 처음이었다고.
'명왕성'에서 이다윗이 연기한 준은 성적 향상을 위해 각종 못된짓(?)을 서슴지 않는다. 그래서 영화의 분위기만큼이나 이다윗이 연기한 준 역시 굉장히 어두운 성격의 소유자이다. 하지만 실제 이다윗은 밝고 장난도 잘 치며 친한 사람들에게는 까불거리기까지 한단다. 그리고 준과 달리 자신은 큰 욕심도 없다고.
"실제 학교를 다니면서 성적에 크게 집착하지는 않았어요. 준처럼 성적을 좋게 받으려고 공부를 열심히 하지도 않았고요.(웃음) 연기를 하고 있었지만, 학생이니까 공부는 해야된다는 생각은 했어요. 중학교 때까지는 성적이 좋았는데,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는 거의 공부를 안 했죠."
영화에는 학교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설정과 달리 다소 충격적인 장면들이 등장한다. 준이 성적향상을 위한 비밀 노트를 받기 위해 벌이는 일들은 섬뜩함마저 느끼게 한다. 그런 준을 연기한 이다윗에게 "실제 촬영하면서 연기하기 어려운 장면이 있었느냐?"고 묻자 "두 가지 장면이 있다"고 답했다.
"수진(김꽃비)에게 못된 짓을 하는 장면이 있었어요. 촬영 전에 '아, 어떻게 해야되지?'라고 고민했었죠. 일반적인 욕구에 차서 하는 게 아니라 생각보다 어려웠어요. 오답노트 받겠다고 하는 것이었잖아요? 그리고 개구리를 만지는 장면이 힘들었어요. 저는 실제로는 개구리를 못 만지거든요. 또 개구리를 통에 넣고 흔드는 장면이 있는데, 그거 정말 오래 흔들었어요.(웃음)"
'명왕성'은 국내 개봉 전 이미 세계 주요 영화제에 초청돼 수상하며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제 63회 베를린영화제 특별언급상과 제 11회 피렌체 한국영화제 영화평론가 심사위원상 인디펜던트 부문까지 수상했다. 이에 이다윗은 "꼭 학생들이 아니어도 누구나 공감할 부분이 있으니 많은 분들이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사실 학교 이야기이지만 사회 전체를 학교라는 틀로 표현을 한 거에요. 그래서 꼭 학생들이 아니어도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솔직히 학생들 중에 몇 명이나 이런 영화를 좋아서 볼 수 있을까요? 아, 그리고 이제는 기회가 된다면 좀 밝은 역할을 하고 싶어요. 유해진이나 차태현 선배님 같은 역할이요. 능청스러운 연기를 해보고 싶은데, 맨날 피만 보네요."
장영준 기자 star1@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