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지방에 사는 한 친구가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주말에 막내딸이 결혼한다는 소식을 전해 왔다. 그날 마침 일정이 있어 결혼식에 가 볼 수는 없지만 작은 성의라도 전하고 싶어 친구에게 계좌번호를 알려 달라고 했다. 그리고 바로 모바일뱅킹을 통해 축의금을 보냈다. 이 모든 일이 은행 창구에 들르지 않은 상태에서 10분도 지나지 않은 채 끝났다.
금융위기 이후 스마트폰의 보급이 보편화되면서 모바일뱅킹과 모바일카드, 모바일 전자지갑 등 다양한 형태의 스마트금융 시대가 도래했다. 2000년대 초반 인터넷뱅킹이 소개돼 금융거래의 패턴을 바꿔 놓은 지 불과 10여년 만에 모바일 관련 서비스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보통신기술 강국의 위상에 걸맞게 스마트금융 분야에서도 국내 은행들이 글로벌 변화를 선도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환경 변화가 금융소비자의 거래 행태를 바꾸고 있다. 자금이체와 입출금 등 단순한 금융거래가 인터넷뱅킹, 현금자동입출금기(CDㆍATM) 등을 통해 대부분 이루어지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즉, 창구거래의 비중이 2005년 23.5%에서 올해 1분기 12.3%로 크게 감소했는데 이는 금융소비자들이 채널 선택 시 편리성과 접근성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최근 들어 시공간적 제약이 없는 모바일뱅킹의 활용도가 빠르게 확산되는 분위기다. 모바일뱅킹의 일평균 거래금액은 2011년 7497억원에서 올해 1분기 1조2600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일평균 이용 건수도 2배 이상 증가했다.
이용금액은 인터넷뱅킹 일평균 거래금액의 3.8%에 불과하다. 하지만 대부분 은행들이 이미 스마트금융을 대세로 인정하고 경쟁적으로 스마트금융 상품과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어 성장 속도는 매우 빠를 것으로 예상된다. 모바일뱅킹과 함께 스마트금융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는 모바일카드 고객 수도 지난해 말 현재 150만명에 이른다. 이용금액도 매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국내 최초로 모바일뱅킹을 선보인 하나은행은 현재 스마트금융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모바일뱅킹의 모태 '엔 뱅크', 자산관리용 가계부 '엔 머니', 다국어 지원이 가능한 모바일뱅킹 '엔 미니', 선불충전형 전자지갑 '엔 월렛' 등 다양한 스마트금융 서비스를 출시했다. 또 2010년 6만명에 불과했던 모바일카드 가입자 수가 지난달 말 78만명으로 증가하는 등 SKT와 합작으로 설립된 하나SK카드도 모바일카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글로벌 금융전문지인 더 뱅커에서 '금융기술혁신 대상' 등 총 3개 부문을 수상했다. 아시아 금융회사 최초, 세계적으로 두 번째 동시 수상으로 국내외 스마트금융의 선도 은행으로서 위상을 높였다.
스마트금융의 성패 여부는 금융소비자와의 소통이 가장 핵심적인 키워드가 될 것이다. 그 해결의 실마리를 '전자지갑과 터치 포인트 확대'라는 신무기를 통해 찾아 고객의 행동 변화를 해석하고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정확히 제시해야 한다.
스마트금융의 특성상 모방이 쉽고 서비스의 차별화가 어렵다는 점에서 시장의 선점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스마트금융은 장기적으로 기존 고객뿐 아니라 잠재 고객과의 접점을 확대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특히 스마트폰은 현대인이 잠자는 순간까지 손에서 놓지 않을 정도로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마케팅 관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따라서 스마트금융의 성공 열쇠는 서비스의 내용이 고객의 요구에 얼마나 부합하고 기존 채널보다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가에 있다.
김종준 하나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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