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낌은 어떻게 오는가/꽃나무에 처음 꽃이 필 때/느낌은 그렇게 오는가/꽃나무에 처음 꽃이 질 때/느낌은 그렇게 지는가
종이 위의 물방울이/한참을 마르지 않다가/물방울 사라진 자리에/얼룩이 지고 비틀려/지워지지 않는 흔적이 있다
■ 느낀다는 것. 우리가 일상적으로 하는 것이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기이하고 놀랍다. 도대체 느낌은 어디서 오는가. 사물을 만날 때, 계절을 만날 때, 언어를 만날 때, 상황을 만날 때, 혹은 어떤 질감을 대할 때, 아프고 슬프고 괴롭고 답답하고 기쁘고 좋을 때, 어떤 생각을 할 때, 노래를 부를 때, 삶의 구석구석이 느낌 아닌 것이 없다. 느낌은 바깥에서 들어오는 것 같기도 하고, 안에서 저절로 생겨나는 것 같기도 하고, 안과 밖이 서로 통하여 감응하는 것 같기도 하다. 느낌이 일어나는 처음을, 막막하던 나뭇가지에 꽃이 피는 것과 같다고 말하는 저 시인. 느낌이 사라지는 지점을 그 꽃이 다시 후드득 져버리는 것 같다고 말하는 저 시인은 생겨나고 사라지는 느낌의 감동과 전율을 생생하게 보여 준다. 느낌은 어떻게 남는가. 종이 위의 물방울이 사라진 자리에 생긴 지워지지 않은 얼룩과도 같단다. 하. 그렇구나. 대상은 사라졌는데 남아 있는 무엇. 우리에겐 그 수많은 이름 없는 느낌들이 들어앉아 있는지 모른다. 흐느낌이란 말이 있다. 느낌보다 감정의 진폭이 미세하게 커져서 울음으로 되어 가는 것이 흐느낌이다. 느낌과 울음 사이 흐느낌이 있다. 흑흑거리듯 숨을 몰아쉬며 일어나는 흐느낌은, 종이를 얼룩지게 하고 비틀어지게 한, 느낌의 작은 몸부림에 소릿값을 준 것 아닐까.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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