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화교에게도 지하철 경로우대 공짜표 '논란'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1분 43초

서울시, 박원순표 인권 시정 첫 작품 '외국인 영주권자 경로우대 지하철 무임승차 허용' 권고...평등권 보장 차원...일각에선 반대 목소리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지난 1월 박원순 서울시장이 의욕적으로 도입한 '시민인권보호관'이 첫 작품을 내놨다. 65세 이상의 화교 등 영주권자에게도 평등권 보장 차원에서 국내인과 같이 지하철 무임승차권을 주자는 제안이었다. 하지만 서울시 내부에서도 교통 관련 부서ㆍ서울메트로 등에선 난색을 표시하고 있어 실제 실현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이와 관련 서울시 시민인권보호관은 최근 서울시 교통정책과ㆍ서울메트로ㆍ서울도시철도공사 등에 화교 등 65세 이상 외국인 영주권자들에게도 지하철 경로우대 무임승차권을 지급하도록 권고했다.

시민인권보호관은 박 시장이 지난 1월 신설한 기구로, 시정 수행 과정에서의 인권침해를 막기 위한 상담ㆍ조사 기관이다. 국가로 치면 국가인권위원회 역할을 하는 셈이다. 시민인권보호관은 신설 직후인 지난 2월 공무원 인사 제도 상의 인권 침해 관련 문제점 개선을 권고한 적이 있지만, 시민 인권 전반을 대상으로 개선을 권고한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첫 번째다.


시민인권보호관은 권고에서 "시가 화교 등 영주권자에게 국적이 다르다는 이유로 지하철 경로우대 무임승차를 배제한 것은 국제규약과 헌법정신에 위배되는 합리성이 결여된 차별행위"라고 지적했다. 시민인권보호관은 지난 2월 화교들의 모임인 한성화교협회(대표 이충헌)가 "국방의 의무를 제외한 교육ㆍ납세ㆍ노동의 의무를 모두 이행하고 있는 화교 영주권자들에 대한 지하철 경로우대 무임승차 복지혜택 배제는 인권침해"라고 진정한 것에 대해 조사한 결과 이같은 결론을 내렸다.

시민인권보호관은 헌법과 주민등록법, 지방자치법 등 관련 법령이 화교 등 영주권자를 서울시민의 자격을 갖추고 있는 권리와 의무의 주체로 보고 내국인들과 같이 납세의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또 미국, 영국, 호주 등 외국에서도 영주권자와 시민권자가 평등한 대우를 받고 있으며, 특히 덴마크, 독일, 네덜란드 등에선 국적이 아닌 연령에 따라 교통 할인제를 실시하고 프랑스 파리에서도 국적에 관계없이 저소득층 노인에게 버스ㆍ지하철 무료 승차권을 지급하는 사례를 참고했다. 또 국내에서도 대구시ㆍ부산시 등에서 지난 2009년과 2010년 각각 65세 이상 영주권자에게도 경로우대 지하철 무임승차권을 지급하고 있다는 점도 감안했다.이와 함께 서울시가 이미 등록 외국인 어린이ㆍ청소년에 대해 지하철 요금 할인 혜택을 주고 있는 만큼 형평성 차원도 고려했다.


시민인권보호관 측은 이 제도가 시행될 경우 화교 약 600여명을 포함한 총 1200여명의 외국인 영주권자가 연간 7억원 가량의 혜택을 받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염규홍 시민인권보호관은 "서울시에 영구히 거주할 자격을 갖춘 영주권자들에게 합당한 권리를 보장해야 하며, 국제도시ㆍ인권도시에 걸맞은 시정이 이루어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며 "화교 등 국적이 다른 영주권자도 서울시의 시민(주민)이라는 입장에서 지하철 무임승차뿐만 아니라 다른 복지서비스에서 배제되거나 불리하게 대우받고 있지는 않는지 서울시에서 살펴보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같은 제도가 실제 시행될지는 미지수다. 우선 한성화교협회 등 외국인 단체 등에선 환영하고 있지만 서울시 교통 관련 부서나 지하철 공사 측에선 반대하고 있다. 경로 우대 지하철 무임 승차권 지급의 근거가 되고 있는 노인복지법이 국내법으로 외국인은 적용 대상에서 배제되며, 안 그래도 지하철이 연 수천억원의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판에 무임승차권 지급을 또 늘릴 수는 없다는 논리다.


또 시민인권보호관의 권고는 꼭 지켜야 되는 의무 사항이 아니라 단지 임의적인 권고에 불과하다. 강제적 구속력이 없다는 얘기다. 2개월 간의 검토를 거쳐 해당 부서ㆍ기관의 입장을 내놓기만 하면 된다. 시민들의 반응도 인권 보장 차원에서 찬성한다는 의견과 예산 낭비ㆍ화교들의 정체성 등을 거론하며 반대하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박원순표 '인권 시정'의 첫 작품이 과연 어떤 결론을 맺을지 주목된다.




김봉수 기자 bskim@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