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등 9곳 화학물질 안전시스템 구축...영세중기는 무상 진단 등 정부지원 강화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정부는 기업체 화학물질 사고의 주요원인 중 하나인 노후배관 교체를 적극 유도키로 했다. 지난 1월과 5월에 삼성전자에서 일어났던 불산 누출사고도 노후 배관과 무관치 않았다. 전국 3846개 사업장을 조사해 봤더니 42%가 이런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많게는 50년(울산산단), 적게는 30년(여수산단)된 배관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국내 9개 대기업이 2015년까지 화학물질 안전 시스템을 위해 총 2조8000억원을 투자한다. 노후배관 교체와 유독가스 관리·감지 시스템에 주로 투자된다.
정부는 5일 서울청사에서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화학물질 안전관리 종합대책'을 확정, 발표했다. 이번 대책에는 대기업과 종소기업을 나눠 맞춤형 지원시스템을 만들기로 한 점이 눈에 띈다. 대기업은 스스로 안전 시스템을 구축하고 중소기업은 정부가 지원해 안전 대책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등 석유화학업체와 삼성전자, LG전자 등 전자반도체 분야의 9개 화학물질 취급기업은 ▲노후·취약시설 개선 ▲환경안전시설 강화 ▲소방시설 확충 ▲유독가스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등에 2015년까지 2조8000억원을 투자한다. 화학물질 안전관리 분야 전담 조직과 인력도 확충키로 했다. 그동안 LG화학, S-Oil 등 큰 업체에만 채택됐던 누출탐지·보수시스템(LDAR)이 모든 화학물질 취급업종으로 확대된다. LDAR은 누출에 취약할 밸브 등에 설치해 센서를 통해 누출여부를 자동으로 감지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화학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꼽혔던 하도급의 안전관리는 강화된다. 지금의 최저입찰가 계약을 하청의 안전관리 역량과 안전이력을 반영한 종합평가 방식으로 전환된다. 산업안전보건관리비 계상을 원청-하청 계약조건에 명시하도록 했다. 위험한 상황에 대한 정보를 하청업체에 의무적으로 제공하고 원청에서는 안전감독관을 배치해야 한다.
영세규모의 중소업체에 대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강화된다. 자금 사정이 열악한 중소기업에 올해 112억, 내년 1103억원을 투입해 정밀안전진단과 기술을 지원한다. 또 내년에는 6730억원의 중소기업 융자금을 통해서도 긴급 정비에 나서기로 했다. 시화, 반월 등 소규모 업체가 밀집한 오래된 산업단지와 안전관리가 취약한 업체에 대해서는 올해 무상 정밀안전진단, 집중 기술지도가 이뤄지고 내년에는 방문 교육이 실시된다.
부처별로 산발적으로 이뤄졌던 지도·점검 체계는 통합운영된다. 그동안 업체들은 ▲환경부(화학물질관리법) ▲고용부(산업안전보건법) ▲산업부(고압가스안전관리법) ▲방재청(위험물안전관리법) 등 화학물질관련 점검만 연간 10차례 이상 받는 경우가 많았다. 정부는 이를 개편해 관계부처 합동으로 지도ㆍ점검하는 '통합지도점검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했다.
사고 대응정보, 주민대피범위 등 정보 검색이 가능한 화학물질사고에 대해서는 대응 정보시스템(CARIS)에 대한 스마트폰용 앱을 개발해 화학사고 대응기관에 보급하기로 했다.
정부는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이번 대책의 집행과정, 결과를 분기별로 점검하고 산업계에서는 산업계 대책반을 운영해 안전·환경투자계획의 이행을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화학사고 예방과 대응을 위한 여러 대책이 있었지만 이번 대책은 현장의 실태를 토대로 산업계, 정부가 함께 만든 첫 성과"라고 평가한 뒤 "이번 종합대책이 국민안전을 이루는 중요한 발걸음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세종=정종오 기자 ikok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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