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인코리아 상반기 결산] <1>자동차산업
경제민주화 바람에 정치권 압박 거세…노조 갈등도 어김없이
2013년 상반기 한국경제는 정치경제적 급변기를 맞았다. 전 세계 국가들이 일제히 시작한 통화정책의 효과가 아직까지 뚜렷한 경기부양 효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말부터 이른바 '아베노믹스'의 효과로 낮아진 엔화가치가 돌발변수로, 지난 3월부터는 박근혜 정부의 '경제민주화' 광풍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기업들이 시장보다는 정치권력과 사정기관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본연의 역할을 벗어난 과도한 눈치 보기는 성장 잠재력 약화와 소극적인 투자로 이어졌다. 노동계의 장기 파업으로 수출경쟁력마저 약화됐다. 대표적인 수출업종인 자동차업종의 상반기 수출규모는 지난해 대비 -6%하락할 전망이다. 조선, 철강, 중공업의 업황은 여전히 안개 속이다.
한국경제를 책임지는 기업은 현재 사면초가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 이어 이재현 CJ그룹 회장까지 구속됐다.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했지만 공격보다는 수비에 치중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국세청 등 사정당국은 세수 확대에 모든 것을 걸고 기업에 대한 세제혜택을 축소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계속되고 있는 엔화약세와 해외시장 경쟁 심화 등에 따른 적극적인 대안이 절실한 시기다. 내수시장을 살리기 위한 노동계, 재계, 정부의 협력이 필요한 시기다. 상반기 한국경제를 이끌었던 자동차, 전기전자, 조선, 철강, 중공업 등 주요업종의 성과를 살피고, 좀 더 나은 하반기를 위한 청사진을 찾아본다.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올해 상반기 국내 자동차업계는 글로벌 경기침체의 암운이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내수부진, 원고엔저, 수입차 급성장, 경제민주화 광풍, 노사갈등 등으로 몸살을 앓았다. 국내 자동차업계는 IT와 함께 상반기 한국경제를 이끌었지만 급변하는 시장상황에 적지 않은 출혈을 감내해야 했다.
하반기 국내 자동차업계가 해결해야 할 과제 역시 산적해 있다. 내수와 수출 모두 상반기 보다 하반기가 더 나을 것이라는 낙관론이 있지만 이에 못지않게 비관론도 팽팽하다. 업황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변수가 적지 않은 탓이다.
◆내수 부진 '충격'.. 수입차 '급성장'= 상반기 국산 자동차 내수 판매대수는 67만2813대(5개사)로 전년 동기 대비 2.7% 감소했다. 현대차와 기아차가 각각 -0.8%, -5.3% 낙폭을 기록한데 이어 한국GM과 르노삼성은 각각 -8.8%, -14.2% 급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꾸준히 회복세를 보였던 국산 자동차의 내수 성적이 꺾이기 시작한 셈이다.
국산 5개사의 내수 판매실적이 주춤한 사이 수입차의 공세가 거셌다. 독일차를 앞세운 수입차 브랜드는 1월부터 1만2000대 이상을 판매해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한 이후 매달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수입차협회에 등록된 15개 브랜드의 승용차 기준 시장점유율은 11~13%선까지 치솟았다. 과거 국내 최고급 세단 시장을 겨냥해 제한된 모델만을 국내에 출시했던 수입차 브랜드가 최근 3년간 중형, 준중형, 소형차로 시장을 넓혀온 결과다. 올 들어 폭스바겐을 비롯한 도요타 등 수입 대중차 브랜드의 파격적인 가격할인 정책이 이른바 '가격 저지선'을 돌파, 시간이 갈수록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원고엔저 등 불리한 외부환경= 치열한 경쟁 환경에 봉착한 국산차 업계에 원고엔저, 관세인하 등은 불리한 외부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해 연말부터 이어진 엔화약세가 내수 시장에 미친 영향은 제한적이었지만 올 들어 1,2위 국산 브랜드 현대차와 기아차마저 수입차 가격 공세에 대응하기 위한 별도의 판매정책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또한 유럽차를 중심으로 지난해부터 이어진 관세인하 효과는 국산차 업계에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했다.
원고엔저의 흐름은 특히 상반기 자동차 수출과 수익성에 영향을 미쳤다. 더욱이 주간연속 2교대제 등을 둘러싼 노사갈등이 극에 달하면서 생산까지 속을 썩였다. 올 들어 지난 5월까지 국산차 5개사의 수출은 전년 동기대비 6.3% 줄어들었다. 노조 파업으로 인한 생산량 감소가 직접적인 원인이 됐지만, 국내에서 생산해 해외에 수출하는 품목의 가격을 순차적으로 인상해 가격경쟁력이 감소한 영향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수익성마저 직격탄을 맞았다. 엔저에 따른 환차손이 반영된 결과다. 국내 자동차 수출물량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현대차와 기아차의 경우 지난 1분기 이익률이 크게 나빠진데 이어 2분기 역시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될 전망이다. 1분기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0.7%, 기아차의 영업이익은 -35.1%나 감소했다. 2분기에는 1분기 대비 소폭 개선되겠지만 전년 수준을 회복하기는 힘들 전망이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각각 2조3365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6.59%, 9768억원으로 -19.88%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남경문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 1분기 충당금을 반영해 일회성 요인이 제거된데 따른 이익률 회복은 기대할만 하지만 내수 부진, 금융 부분 부진은 2분기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 역시 "상반기 원화강세로 인한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비용절감 등에 나섰지만 이익률만큼은 지난해 수준을 달성하기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제민주화 광풍.. '사면초가'= 상반기에 불어 닥친 경제민주화 광풍으로 운신의 폭은 더욱 좁아졌다. 노조와의 갈등에 이은 정치권의 지나친 압박이 기업의 성장잠재력을 저해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주요 자동차 기업 최고 경영자들도 노사갈등과 정치권의 압박에 대비해 공격보다는 수비에 힘을 실었다. 정몽구 현대차 회장은 김억조 노무총괄담당 부회장을 경질하는 초강수를 뒀고, 세르지오 호샤 한국GM 사장은 노조문제, 통상임금소송 등 전반적인 시장 상황을 의식해 외부활동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강동완 자동차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외부 환경 변화에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임금과 노동의 유연성과 생산성을 제고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라며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해 정부와 노조이 상호간 생산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임철영 기자 cy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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