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채권자, 고액 예금자 손실 분담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유럽연합(EU) 재무장관들이 부실 은행의 정리문제에 대해 합의에 이르렀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들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합의안에 따르면 2018년부터 부실은행에 대한 처리에 있어서 은행 채권자 및 주주들이 일차적으로 책임을 지고 이후에 예금액이 10만유로(약 1억4982만원)가 넘는 예금자들이 부담을 지게 된다. 이로도 충분하지 않을 경우에 납세자들의 부실은행에 책임을 지게 되는 식이다. 이제 납세자들의 은행권의 부실을 떠안기에 앞서 은행 및 채권자, 더 나아가 고액 예금자들이 가장 먼저 책임을 져 하는 것이다.
그동안 EU국가에서는 일부 은행들이 부실이 발생할 때마다 각국 정부는 납세자들에게 손을 빌려왔다. 유럽은 세계 경제 위기 이후 부채 문제가 붉어지면서 은행권이 커다란 타격을 입었다. 키프로스, 스페인, 아일랜드 등 유럽 각국은 지난 수년간 부실 은행을 지원하기 위해 막대한 금액을 쏟아 부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국가들은 은행권을 구제하기 위해 손실을 떠안아 시장의 불안을 부채질하기도 했다. FT는 2008년 이후로 유럽 납세자들의 부실 은행을 지원하기 위해 1조6000억유로를 쏟아부었다고 전했다. 이 문제가 더욱 복잡해지는 것은 부실문제를 안고 있는 유럽 국가들이 자국의 국채를 은행들에게 떠넘겼다는 점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 상황이 달라졌는데, 키프로스의 구제금융 과정에서 은행 부실의 책임을 일부 예금자에게 지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제금융 방식은 금융권의 혼란을 가져오기도 했다.
EU순회 의장국을 맡아 이번 협상을 이끌었던 마이클 누난 아일랜드 재무장관은 "부실은행에 처리방식이 혁명적으로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EU 내 부실은행 처리에 관한 합의가 나옴에 따라 누가 손실 부담을 지게 되는지가 분명해졌다고 밝혔다. 그는 "EU 재무장관들은 납세자들의 부실은행들에 대한 부담을 짊어져서는 안 된다는 점에 있어서 공감대를 가졌다 "며 부실은행의 책임을 위해 공적자금을 활용하는 '베일아웃'이 아닌 주주 및 은행이 부담하는 '베일인' 방식 새로운 방식이라고 말했다.
유로그룹 의장을 맡고 있는 예룬 데이셀블룸 네덜란드 재무장관은 "처음으로 납세자들을 보호하는 형태의 베일인 방식에 합의해, 국채와 은행관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은행들로 하여금 보다 책임감 있게 경영활동을 할 수 있도록 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조치는 시장과 유럽 시민들에게 분명한 신호이자, 은행동맹을 향한 중대한 진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부터 유럽에 은행이 부실을 겪을 경우, 누가 손실 부담을 지게 될지에 관한 규칙이 정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제부터 금융권은 문제가 생길 때마나 스스로 매우 큰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협상 과정이 매우 힘겨웠고, 치열했다"거 분위기를 전하며 이번 개혁은 "매우 중요한 전진"이었다고 평가했다.
이번 합의에 따르면 채권자 및 투자자들은 유럽안정화기구(ESM)의 자금이 투입되기 전에 최소한 전체 부채의 8%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한다. 다만 각국 정부는 특정 채권자들에 한해서는 부실에 대한 책임에서 보호해줄 수 있는 재량권을 가질 수 있다. 일차적으로 은행 및 채권자들이 책임을 진 뒤 각국 정부는 은행을 재자본화하기 위해 전체 부채 가운데 최대 5% 가량을 EU의 동의를 거친 뒤에 투입할 수 있도록 했다. ESM의 투입에 대해서는 이달 초에 EU 재무장관들이 합의를 했는데, 이에 따르면 부실은행에 투입할 수 있는 자금은 최대 600억유로로 한정된다.
이번 합의는 EU 의회의 입법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외에도 유럽중앙은행(ECB)는 내년부터 유로존 은행들을 감독할 권한을 부여할 계획이다.
앞서 EU 재무장관들은 22일 18시간에 걸쳐 부실은행의 정리방안을 협의했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었다.
나주석 기자 gongg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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