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車 빅3, 국내 성적표
-크라이슬러·GM은 부진
-신차 앞세운 포드 50% 성장
[아시아경제 임철영 기자]미국차 3사의 상반기 성적이 극 과 극이다. 시장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포드의 판매대수가 지난해 대비 큰 폭으로 상승한 반면 크라이슬러와 GM의 프리미엄 브랜드 캐딜락의 성적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캐딜락은 지난해 한국GM 본사에 둥지를 틀고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는 듯 했으나 마케팅 담당 최고책임자 사임에 이어 노조와의 갈등 등으로 이렇다 할 변화를 꾀하지 못하고 있다.
27일 수입차업계에 따르면 포드는 올 들어 지난 5월까지 2712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 대비 49.8% 급성장했다. 지난 5월 판매대수도 657대로 한국시장 진출 이후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다. 반면 캐딜락은 연초 다운사이징 모델 신형 ATS를 출시하고, 연간 판매대수 1000대를 넘기는 것을 목표로 했지만 같은 기간 133대 판매에 그쳤다. 이 추세대로라면 연간 500대도 판매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크라이슬러 역시 사실상 제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3개 브랜드의 이 같은 판매대수 격차는 신차 경쟁력 부족, 마케팅 역량 약화, 회사 내 갈등 등 3가지가 변수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포드코리아는 정재희 대표이사의 지휘 하에 이른바 '기름 많이 먹는 미국차'의 이미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디젤차를 비롯해 하이브리드 차를 잇달아 출시하고 있지만 캐딜락과 크라이슬러는 통틀어 가솔린 1개 모델을 시장에 내놓는데 그쳤다.
포드코리아의 신차 경쟁력은 다른 브랜드를 압도한다. 포드코리아가 지난해 연말부터 내놓은 신차는 포드 브랜드의 신형 퓨전, 신형 포커스 디젤 등 중형, 준중형 모델과 프리미엄 브랜드 링컨의 신형 MKZ. 이들 모델은 모두 연비와 가격에 민감한 한국 소비자들의 취향에 적극 부응하기 위해 노력한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포드코리아는 하반기 퓨전 하이브리드를 비롯해 MKZ 하이브리드 등 연비 중심형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
포드코리아 관계자는 "미국차 브랜드라는 데에 안주하지 않고 독일차, 일본차 등과 대등하게 경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미국 본사의 전폭적인 지지가 포드의 약진에 한 몫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캐딜락과 크라이슬러의 상황은 상대적으로 암울하다. 캐딜락이 올해초 내놓은 신형 ATS는 BMW3시리즈 등을 겨냥했지만 성과는 지지부진한 상태다. 과감한 연비 다이어트를 통해 상반기 판매를 이끌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가솔린 모델인데다 전반적인 가격경쟁력과 라인업 측면에서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한국GM 본사의 지원을 받고 있지만 마케팅 책임자의 사임과 노사간 갈등으로 잇달아 발목을 잡혔다.
크라이슬러코리아는 올 들어 이탈리아 브랜드 피아트 출시에 역량을 집중한 나머지 정작 크라이슬러와 지프의 경쟁력을 떨어뜨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제한된 역량이 지나치게 분산돼 개별 모델에 대한 마케팅 효과가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크라이슬러코리아의 올 들어 판매대수는 지난해 대비 3.5% 줄어든 1610대로,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가고 있는 수입차 시장 내 영향력이 지속적으로 약화되고 있다.
수입차업계 고위관계자는 "캐딜락과 크라이슬러는 시장의 변화에 순응하기 보다는 역행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시장과의 커뮤니케이션 노력 없이 단지 좋은 차라고 해서 잘 팔리는 시대는 끝났다"고 꼬집었다.
임철영 기자 cylim@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