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은 2008년과 2011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를 겪어 오면서 주식투자의 위험을 절감했다. 또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투자자금이 안전자산인 채권으로 몰리면서 금리도 떨어져 투자매력도를 잃어 가고 있다. 이처럼 향후 주식시장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과 더불어 채권금리 이상의 수익을 원하는 투자수요는 중위험-중수익을 추구하는 자산배분 펀드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금융 당국에서도 지난해 8월 이후 자산배분 펀드 판매를 허용, 이러한 요구에 부응했다. 주식과 채권에 대한 투자 비중을 25%에서 75%까지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비율조정형 펀드(일명 스윙 펀드)가 그것이다.
앞으로 다양하게 출시될 것으로 전망되는 자산배분 펀드 중 나에게 맞는 펀드를 선택하기 위해서는 각 펀드에서 구사하는 자산 간 투자 비율 조정 전략, 즉 자산배분 전략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자산배분 전략마다 우호적인 장세 흐름이 있고 부담해야 할 위험 수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자산배분 전략은 크게 전략적 자산배분과 전술적 자산배분으로 구분한다. 우선 각자의 투자 목적과 투자 성향에 근거해 자신에 맞게 고위험자산(주식 등)과 저위험자산(채권 및 현금자산)에 대한 목표 투자 비중을 결정하는 것이 전략적 자산배분이다.
일차적으로 전략적 자산배분이 이뤄지고 난 이후 각 자산의 가격 변동으로 초기 투자 비중이 달라질 경우 각 자산에 대한 투자 비중을 적극적으로 재조정해 초과수익을 추구하는 과정을 전술적 자산배분이라고 한다. 이러한 전술적 자산배분 전략은 매입유지 전략과 비율고정 전략 그리고 포트폴리오 보험 전략으로 구분할 수 있다.
먼저 매입유지(buy & hold) 전략은 초기 전략적 자산배분 이후 투자 비중을 조정하지 않고 정해진 기간까지 유지하는 전략으로 수동적(passive) 전략이라고도 한다. 이 전략의 성과는 투자 기간 내의 주가 변동과는 상관없이 전적으로 만기 시점의 자산가격 수준에 따라 결정된다. 즉 투자 기간 중에 자산가격 흐름에 영향을 받지 않는 변동성의 중립적인 전략이다.
또 비율고정(constant mix) 전략은 투자 후 일정 기간이 경과한 뒤 주가가 상승해 주식투자 비중이 높아지면 보유주식을 매도해 주식 비중을 낮춰 주고 거꾸로 주가가 하락해 주식투자 비중이 낮아지면 추가 매수를 통해 주식 비중을 높임으로써 전략적 자산배분상의 초기 주식투자 비중을 유지해 나가는 전략이다.
반면 포트폴리오 보험(portfolio insurance) 전략이란 손실한도를 초기 투자자금의 일정 비율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 주가가 하락할수록 주식 비중을 줄여 나가고 주가 상승에 따른 수익 극대화를 위해 주가가 상승할수록 주식 비중을 늘려 나간다. 과민하게 반응하는 투자 심리에 바탕을 둔 추세 추종 전략으로 방향성이 큰 장세에서 상대적으로 효과적인 전략이다. 그러나 가격이 박스권 내에 머물 경우 거래비용이 과다하게 발생하는 단점이 있다. 비율고정 전략과 반대로 콜 옵션 매수와 유사한 변동성 매수 성과를 얻게 된다.
이상 살펴본 전술적 자산배분 전략은 저마다 장단점을 갖고 있어 절대적으로 우월한 전략은 없다. 다만 장세 흐름에 따라 상대적으로 우월한 전략이 있을 뿐이다. 문제는 향후 장세 흐름이 어떻게 전개될지 누구도 단언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따라서 자신의 투자 성향과 위험수용도에 맞는 전략을 수행하는 펀드를 신중히 선택하고, 그 전략이 원칙대로 수행되어 원하는 투자 목적을 얻을 수 있도록 장기 투자하는 것이 최상의 투자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강승태 현대자산운용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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