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중견기업 성장사다리 토론회, 다양한 정책 아이디어 도출
[제주=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중소·중견기업을 나누는 기준이 지나치게 단순하고 시대착오적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중견기업이 창조경제의 주역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정작 법과 정책 면에서 중견기업의 실체가 모호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중소기업중앙회가 20일 제주 롯데호텔에서 열린 '2013 중소기업 리더스포럼'에서 개최한 '중소·중견기업 성장사다리 정책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은 입을 모아 중견기업 육성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놨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을 나누는 기준이 현실과 맞지 않다는 데 여러 참가자들이 의견을 같이 했다. 박혜림 옴니시스템 대표는 "월드클래스 300의 중견기업 기준은 매출·상시근로자 수 등 기준이 굉장히 단순한 데 비해 일본이나 독일의 히든챔피언은 원천기술·솔루션 등을 갖춘 기업"이라며 "중소와 중견기업의 차이는 미래가치를 가져갈 수 있느냐 없느냐 등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매출 중 대기업이나 공기업 비중이 높으면 글로벌 스탠다드가 아니라도 계속 생계를 유지하기 때문에 R&D에 소홀하게 된다"며 "새로운 10년을 꿈꾸기 위해서는 글로벌화에 기준점을 두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동선 중소기업연구원장도 중견기업이 현행법상 대기업과 동일한 규제 대상에 포함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고, 성장사다리 구축을 위해서는 현행 기업 분류기준 개편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상시근로자, 자본금, 매출액 등 현행 졸업 기준의 실효성을 검토하고, 정부 지원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초기 중견기업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것.
중견기업 기준이 모호하다 보니 정책당국이 기본적인 중견기업 개수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재광 광명전기 대표는 "중소기업청이 정책을 발표하면서 중견기업 주관 단체에서 나온 숫자를 그대로 발표, 실제 기업 개수와 차이가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며 "중견기업 숫자가 1400개인지 2900개인지 명확치 않은데, 병력도 모르면서 병사들에게 실탄과 총을 나눠주려고 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성윤모 중기청 국장은 "통계방식이 기본적인 내용과 부합되지 않는 면이 있었다"며 "오는 11월에 좀 더 투명하고 확실하게 조사해 중견기업 숫자를 발표하겠다"고 해명했다.
윤용로 외환은행장은 중소기업 정책이 지나치게 많은 것에 대해 '금융기관 책임'이라며 자성의 목소리를 내 주목받았다. 윤 행장은 "해외 은행들에 비해 금융기법 면에서 대출이 담보 위주로 되어 있다 보니 중소기업들이 외국만큼 혜택을 받지 못한다"며 "하지만 시장에서 대기업과 경쟁은 해야 하다 보니 이를 각종 중소기업 정책으로 보완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의원들도 토론 패널로 참여해 내용을 경청하고 향후 중견기업 관련 정책에 생생한 목소리를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이만우 새누리당 의원은 "오늘 토론회에서 제시된 정책 대안들을 면밀히 살펴 어떻게 창조경제에 접목시킬지 대안을 모색하겠다"며 "현장에서 느끼는 애로사항을 듣고 업종별로 맞춤형 육성정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도 "중견기업이라는 개념이 법적으로 도입됐지만 여전히 선언적 규정에 불과하다"며 "생생한 의견을 듣고 피부에 와 닿는 실질적 장치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김동선 중소기업연구원장, 채수찬 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장이 주제발표를 맡았으며 이만우 새누리당 의원, 이원욱 민주당 의운, 윤용로 외환은행장, 이재광 광명전기 대표, 박혜린 옴니시스템 대표, 조병선 숭실대 교수, 성윤모 중소기업청 국장 등이 패널로 참가해 김수욱 서울대 교수의 사회 아래 토론을 벌였다. 이밖에도 김한표 새누리당 의원, 조경태·부좌현·우윤근 민주당 의원이 참석했으며 강창일 위원장이 토론 총평을 맡았다.
이지은 기자 leez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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