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 현장에서 답을 찾다
리서치비용 모바일 활용 10분의1로 줄여
데이터처리 전산화 2~3시간 이내 보고서
다양한 패턴 분석 통해 18·19대 대선 적중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한 대기업 서비스사업1부 김 부장이 홍 대리를 불렀다. 신규 서비스를 시작했으니 소비자 반응을 조사해 보라고 지시했다. 다음 분기에 진행될 업데이트를 위해 소비자가 느끼는 서비스 장단점을 1주일 내 찾아내라는 주문이다. 정확도를 위해 전국 규모로 패널 5000명 이상의 답변을 받아야 한다는 특별 당부까지 있었다. 다만 재무팀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하니 비용은 최대한 저렴해야 한단다. 홍 대리의 고민이 시작됐다.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적합한 설문조사 기관부터 찾아야 한다. 5000명 이상의 패널을 대상으로 1주일 안에 결과를 낼 수 있는 리서치 기관이어야 한다. 기존에 거래해 오던 글로벌 리서치 회사들에 전화를 돌렸다. 의뢰부터 결과 산출까지 한 달 가까운 시간이 걸린단다. 비용도 수천만원이 들어간다. 이를 어쩌란 말인가?
홍 대리의 고민을 풀어줄 해결사가 있다. 아이디인큐가 운영하는 '오픈서베이(www.opensurvey.co.kr)'에 접속한다. 사이트에서 설문 내용을 작성하고 설문 대상자를 정한다. 설문 대상자는 스마트폰 앱(애플리케이션) '오베이' 가입자(패널)들이다. 설문 대상에 맞는 오베이 이용자에게만 설문지가 전송된다. 오베이 이용자는 설문 대가로 사이버 머니를 받아 베이커리, 외식, 패스트푸트, 영화예매권 등을 구입하거나 현금 환급을 할 수 있다. 보상이 확실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설문에 응한다. 설문 시간도 최대 3분이 넘지 않아 거부감도 적다. 오베이 가입자는 26만명(2013년 6월 현재)이 넘는다. 기존 리서치 회사를 이용할 경우 수천만원이 드는 설문조사를 홍 대리는 몇 백만원에 해결했다. 모바일 플랫폼을 이용해 설문 비용이 대폭 저렴해졌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이 일상화되면서 설문조사에도 새 시장이 열렸다. 24시간 손에서 놓지 않는 스마트폰을 통해서다. 실시간 알림과 간편한 설문 참여 등 모바일 기기의 특성을 이용해 비용이 싸고 결과도 신속하게 나와 새로운 설문 조사 방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아이디인큐가 운영하는 모바일 설문조사 서비스인 오픈서베이가 이 시장을 처음 열었다.
오픈서베이 서비스의 가장 큰 장점은 저렴한 가격이다. 회사는 문항ㆍ패널당 가격을 투명하게 공개한다. 예컨대 질문 20개(객관식 기준)를 1000명에게 물으면 120만원이다. 김동호 아이디인큐 대표는 "기존 리처치 기관에서 2300만원에 받아보던 데이터를 10분의 1인 230만원에 받아볼 수 있다"며 "기존 리서치 회사에 비해 인건비를 크게 아낄 수 있고 모바일 인프라를 이용하기 때문에 설문 비용을 싸게 책정할 수 있는 것이 이유"라고 설명했다.
일례로 닐슨미디어리서치코리아의 경우 연간 1500-2000건의 의뢰를 수주하고 이를 위해 400명의 인력을 보유한다. 반면 지난해 1500건 프로젝트 수주한 아이디인큐에서 근무하는 인원은 40명에 불과하다. 직원 1명이 10배 가까운 프로젝트를 진행한 것이다.
비결은 '창조경제'를 활용한 데 있다. 기존 회사들이 데이터 수집부터 처리등을 엑셀 등 수작업으로 진행한 데 반해 아이디인큐는 웹사이트와 서버에 '기술적'으로 구축된 방식을 활용한다. 때문에 하나의 프로젝트를 완료하는데 많은 인적 자원을 절감할 수 있다.
지난 2011년 12월 서비스를 시작한 오픈서베이는 2013년 6월 현재 기업 고객 수 320개, 총 조사건수 1500건에 달한다. 고객 비율은 올해 1월 기준으로 기업 고객이 60%로 가장 높다. 한국 3M, 한국 존슨앤존슨, CJ 등 굵직굵직한 대기업들을 주요 고객으로 하고 있어 수익성도 확실하다. 중소기업청이나 조달청,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원 등 기관 15%이나 기자 작성을 위한 미디어의 이용 비율도 10%를 차지한다. 보고서나 논문을 준비하는 대학생ㆍ대학원생 등도 15%를 차지하는 등 이용층이 다양하다. 개인적인 용도로 설문을 의뢰한 사람들도 늘고 있다. 벤처 대부라 불리는 이민화 카이스트(KAIST)교수도 벤처 현황 조사를 위해 이용했다.
서비스가 마냥 싸다고 찾는 것은 아니다. 설문 응답자의 응답 패턴을 여러가지 변수로 나눠 분석해 신뢰도를 높이는 기술을 계속 도입하고 있다. 몇몇 기술은 특허를 냈다. 응답이 성실한지 성실하지 않은지를 판단하는 알고리즘도 자체 개발했다. '터치 패턴 분석 시스템'이라 불리는 이 기술은 패널 관리 방안 중 하나로 지속적인 성실성을 테스트하고 터치 패턴을 분석한 시스템을 적용해 불량 패널을 필터링하는 기술이다. 김 대표는 "응답자가 하나의 문항에 응답하는 데 걸린 시간이나 응답 문항 사이 이동시간이 전체 평균과 비교해 지나치게 짧거나 길 경우에는 의심스러운 상황으로 판단해 기술 적으로 자동 선별하고 있다"고 말했다.
새 시장을 열었지만 '신뢰'도 확보했다. 지난 18대 대통령선거 전 오픈서베이를 통해 대선투표참여율을 조사한 결과 예상 투표율은 76.3%로 실제 결과(75.8%)에 가장 근접한 결과값을 얻었다. 이는 전화 면접 조사(88.2%)나 선관위 예측(70% 안팎)보다 더 정확했다.
정확도와 함께 설문 결과를 빨리 얻을 수 있는 '속도'도 강점이다. 보통 설문 조사를 하고 관련 보고서가 나오는데 2주 이상 걸리지만 오픈서베이로는 2~3시간이면 가능하다. 모바일로 설문을 뿌리고 회신을 받아 바로 결과를 내기 때문에 고객 입장에선 의뢰 시점과 결과를 받는 시점 차이가 거의 없다. 김 대표는 "기존 업체는 결과 제공까지 길게는 한 달 가량이 걸린다"며 "고객 입장에선 현재의 데이터가 아닌 과거의 데이터를 얻는 셈"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국내 설문조사 시장 규모는 5000~6000억원으로 추산되며 전년 대비 5.7%나 성장했다. 기존의 전화, 대면, 온라인에 모바일까지 설문 조사 방법이 다양해지면서 관련 시장이 더욱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조유진 기자 tint@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