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외국인 자금 이탈로 자금경색에 빠진 중국 대형은행들이 중앙은행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8일 보도했다.
중국 은행간 자금 조달시장에서는 6월 초부터 자금경색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은행간 단기 대출금리를 나타내는 7일물 레포금리는 17일 현재 6.85%다. 지난 14일에는 역대 최고치인 6.9%까지 올랐다. 지난달 금리의 두 배 이상으로 뛰어 올랐다. 중국 은행들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더 많은 비용을 치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금경색의 가장 큰 원인은 중국 은행들이 이달 말까지 자기자본비율을 맞추기 위해 유동성을 급하게 끌어다 쓰고 있는데다 미국이 출구전략을 모색하면서 중국에서 외국인 자금이 빠르게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중국농업발전은행은 전날 260억위안(약 42억달러) 규모의 채권 발행을 추진했지만 자금경색 영향으로 발행 규모가 33% 가량 축소됐다. 지난 14일에는 중국 재정부가 당초 273일물 채권을 150억위안어치 발행할 계획이었지만 23개월만에 처음으로 목표를 채우지 못했다. 발행 규모는 95억3000만위안에 그쳤다.
은행업계에서는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자금경색 해결책으로 조만간 은행권 지급준비율(RRR) 인하 카드를 꺼내 시장에 돈을 더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4대은행 가운데 한 곳은 "내부적으로는 이번 주 안으로 중앙은행이 지준율 인하 결정을 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 광다증권의 쉬가오 애널리스트는 "인민은행이 수 주 내로 지준율 인하 카드를 꺼내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인민은행이 마지막으로 지준율을 낮춘 것은 지난 2012년 5월이다. 현재 중국 대형 은행들의 지준율은 20.0% 수준이다.
그러나 중앙은행이 과도하게 풀린 시중 유동성을 거둬들이는데 공을 들이고 있는 중국 정부를 뒤로 하고 지준율 인하로 은행들의 손을 들어줄지는 미지수다.
WSJ은 은행간 단기자금 조달시장에 들어닥친 자금경색이 중국 정부가 2009년 경기부양책 실시 이후 급속하게 시중에 풀린 유동성을 흡수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상황에 나왔다는 것에 주목했다.
스탠다드차타드 상하이지점의 리웨이 이코노미스트는 "인민은행이 지금 당장 지준율을 낮추는 것은 대단히 논란의 소지가 많다"면서 "지준율 인하는 정부의 거시경제정책 전환을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느려진 경제성장 속도를 감당할 수 있다면서 당분간 통화·재정 정책 기조를 바꿀 의향이 없다는 뜻을 여러 차례 내비쳐왔다. 유동성 지표인 사회융자총액이 지난달 1조1900억위안으로 4월 보다 30%나 줄었지만 1~5월 누적액이 지난해 동기대비 52% 늘어난 상황이어서 중국 정부가 유동성을 흡수하는 쪽으로 정책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목소리가 높다.
박선미 기자 psm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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