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거용기서 여전히 '일반봉투' 섞여 나오고
아파트 'RFID'선 음식물 말려 버리는 '진풍경'
버린 만큼 내는 비용에 주부들 "과일 먹기 겁난다"
올 겨울 김장철 배춧잎쓰레기 벌써 고민
'형평성' 위해 단속강화 목소리도 ↑
[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근무하는 정모(66) 씨는 이번달부터 음식물쓰레기 종량제 배출이 시작되면서 마음고생을 하고 있다. '무선자동인식방식(RFID)'에 따라 음식물쓰레기를 배출하려면 전용카드가 있어야 하지만 이를 수령하지 않은 세대들이 많기 때문이다.
정씨는 "시행 일주일 전부터 현관에 홍보물을 붙이고 방송도 수차례 했지만 여전히 카드를 수령하지 않은 세대가 많다"며 "카드를 받지 않은 세대는 어떻게 음식물쓰레기를 버리고 있는지 알 길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이번달부터 배출량에 따라 비용을 납부하는 '음식물쓰레기 종량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곳곳에서 이를 둘러싼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주택가 골목에선 전용봉투를 이용하지 않는 무단배출이 여전한 데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선 RFID 운영을 두고 차질도 빚고 있다. 여기에 동작구와 성북구 등에선 공동주택 중 세대별 배출량에 관계 없이 단지별 비용 책정이 이뤄지는 곳도 있어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11일 찾은 영등포구의 한 아파트는 입구 게시판을 통해 종량제 시행을 홍보하고 있었다. 이 아파트는 해당 자치구에서 지급 받은 RFID용 카드를 주민들에 2개씩 지급하고 있다. 이 방식은 카드를 장비에 접촉해 쓰레기를 버리고 해당 무게만큼 차후 비용이 부과(kg당 75원)되는 형태로 운영된다.
그러나 주민들 사이에선 이용은 편리한 반면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특히 종량제 도입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세부 운영에 의문을 제기하는 주부들이 많았다. 이 아파트 주민 김정례(53·여) 씨는 "당장 수박이나 참외 같이 쓰레기 많이 나오는 과일은 마음 놓고 먹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벌써부터 올 겨울 김장철 쓰레기를 염려하는 이들도 있었다. 전모(57·여) 씨는 "김장철이면 배춧잎이나 파 같은 쓰레기가 많이 나올 텐데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이라며 "주민회에서 김장철 쓰레기 배출에 대비해 회의가 열리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아파트단지는 일반주택이 밀집한 골목에 비하면 사정이 나은 편이다. 주택가 골목의 경우 건물 출입문마다 홍보물이 부착돼 있을 뿐 큰 변화를 확인하긴 어려웠다. 금천구 독산동 한 골목의 120L짜리 음식물쓰레기 전용 수거용기에는 전용봉투와 일반봉투가 뒤섞여 있었다. 봉투 없이 음식물만 가져다 버린 흔적도 보였다.
수거용기에는 '6.1 음식물쓰레기 종량제 실시', '위반 시 100만원 이하 과태료 부과'라는 문구가 선명했지만 정착에는 시간이 필요한 모습이었다. 인근에서 슈퍼를 운영하는 김모(45·여) 씨는 "봉투를 사가는 주민들이 꽤 있는데도 여전히 무단 투기하는 경우를 심심찮게 본다"며 "누구는 지키고 누구는 지키지 않을 수 있어 시행과 함께 단속도 강화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종량제 실시로 음식물쓰레기 배출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를 하는 이들도 꽤 있었다. 새로운 방식이 도입되면서 음식물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노력을 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주부 장모(63) 씨는 "무게가 많이 나가면 비용도 높아져 가능한 건 햇볕에 말려 부피를 줄여 버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올해 안으로 25개 전 자치구에서 종량제가 실시되도록 할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향후 운영 표준화를 위한 서울시 차원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나석윤 기자 seokyun1986@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