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취재] 유병국 충남도의회 의원, “운전하다 아찔한 순간 자주 만나, 정책개발도 전문가 있었으면”
[아시아경제 이영철 기자] “운전 중에 전화통화를 하다 아찔한 순간을 몇 번이나 만났다.”
지방의회 의원은 보좌관이 없다. 의원 혼자 운전하면서 지역행사, 민원현장 등지를 찾아간다. 조례 검토에서 보도자료작성까지 의정활동도 혼자서 해야 한다.
뭣보다 전문분야에 대한 보조를 해주고 수 많은 자료를 모으는 등 의원개인의 의정 활동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 의원들이 유급보좌관제를 추진하는 이유다.
유급보좌관제는 1991년 지방자치제 부활 후 각 지방의회가 꾸준히 요구해왔다. 지난달 30일엔 전국 시·도의회 운영위원장협의회에서 지방의회 인사권 및 보좌관제 도입 등 안건을 중앙부처, 국회 등에 전했다. 결국 안전행정부는 올해 중 유급보좌관제 도입계획을 밝혔다.
유급보좌관제가 왜 필요한지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지난주 수요일 유병국 충남도의회 운영위원장(45)의 지역구활동에 동행했다.
유 의원은 오전 10시, 지역구인 천안시청 3층 도의정협의실을 찾는 것으로 일정을 시작했다.
도의정협의실은 천안시청에서 도의원들의 의정활동을 돕기 위해 마련된 공간이다. 유 의원과 다른 도의원들은 개인사무실이 없어 도의정협의실에서 의정활동에 필요한 자료를 찾거나 시청의 민원을 듣는다. 이날도 시청직원들과 예산확보를 위해 머리를 맞댔다.
한 시간 가까이 협의한 뒤 자신의 승용차로 지역구 민원을 듣기 위해 나섰다. 승용차 운전석에 앉자마자 핸드폰의 이어폰을 귀에 꽂은 유 의원은 “여러 곳의 민원전화부터 행사약속, 의정활동 등으로 핸드폰을 옆에 끼고 살아야 한다”며 “운전하랴 전화 받으랴 정신이 없다”고 말했다. 원성동의 한 경로당을 찾아갈 때까지 20여분간 유 의원은 5통의 전화를 받고 4통을 걸었다.
그는 “통화 뒤 메모를 안 하면 약속을 잊어먹곤 한다”며“보좌관이 있어서 운전을 교대로 한다던가 일정을 챙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방의원들은 개인적으로 보좌관을 두기도 어렵다. 그는 “한 달에 받는 돈이 의정수당 180만원, 의정활동비 240만원 정도로 400만원이 채 안 된다”며 “이 돈으론 4인 가족이 생활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의정수당은 말 그대로 수당이므로 집에 가져갈 수 있는 돈이다. 하지만 의정활동비는 의정활동에만 쓰도록 돼있다. 그는 “180만원을 월급이라 생각하면 되는데 20여개의 모임, 당비, 식사 등에 들어가는 돈이 만만찮다. 가족 중 다른 수입이 없는 의원들은 빚을 질 수 밖에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2000만원쯤 드는 의정보고서 발송은 꿈도 못 꾼다.
이날 오후에 함께 만난 다른 충남도의원은 지난해 1000만원의 빚을 졌다고 했다. 올해 아내가 기간제교사로 나갈 수 밖에 없었다.
유 의원은 “국회의원과 다르게 광역의원들은 후원금모집을 할 수 없다”며 “한해 5000만원 한도에서 후원금을 모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구민이 7만명이다. 수많은 민원이 있다. 도의회 회기가 있는 날이면 지역구는 챙기지도 못한다. 의원 혼자 정책개발을 하기도 힘들다”며 유급보좌관제 필요성을 설명했다.
오전에 3곳의 경로당을 찾아 현장목소리를 듣고 대화를 나눈 유 의원은 국무총리상을 받은 유영근 전 시의원과 짧은 점심식사를 했다. 유영근 전 시의원이 20여년 어르신 영정사진을 무료로 찍어준 게 알려져 봉사상을 받아 이를 축하하는 자리였다.
식사 뒤엔 충남문화산업진흥원을 찾았다. 천안시의 많은 행정기관들이 KTX천안아산역 부근으로 옮기면서 원도심공동화가 문제가 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옮긴 국세청건물이나 법원, 검찰청건물로 충남문화산업진흥원을 옮기는 문제를 협의했다. 이어 충청권 경제포럼 참가, 지역구 사찰 방문, 중앙동 새마을지도자부녀회 월례회 참석까지 유 의원의 이날 일정은 오후 9시까지 이어졌다.
충남도의회는 유 의원이 요청해 최근 의원들의 정책개발을 돕는 전문계약직 직원 2명을 뽑았다. 유 의원은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담판을 지어 얻어낸 2명”이라며 “이들이 다른 시, 도 정책을 살펴보고 충남도에 맞는 정책을 찾고, 우리만의 정책도 개발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유급보좌관제에 앞서 과도기단계란 말이 뒤따랐다.
이영철 기자 panpany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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