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진희정 기자]한국투자증권과 KB투자증권이 회사채 주관 인수부문에서 양강체제 구축에 나섰다. 국내 회사채 시장에 수요예측을 도입한 지 1년 동안의 결과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회사채 수요예측 제도가 시행된 후 올해 3월까지 시장 전체의 회사채 인수 실적은 73조7326억원이다. 이 중 한국투자증권은 대표 주관사로 7조697억원을 발행하며 전체에서 10.3%의 비중을 차지하며 1위를 차지했다. 회사채 수요예측의 첫 번째 사례인 한국캐피탈의 700억원 회사채 발행을 대표주관한데 이어 AJ렌터카, 한진해운, LS엠트론 등의 대표주관을 잇따라 따냈다. 한투 관계자는 "지난해 초 제도가 개편되면서 기업실사ㆍ증권신고서 작성ㆍ수요예측 실시 등 대표주간사의 업무량과 책임이 커졌다"며 "미매각 인수를 각오한 공격적인 영업으로 높은 실적을 올렸다"고 말했다.
◆대형사 틈바구니 속 KB '약진'= 2위 자리는 대형사들을 밀어내고 중소형사인 KB투자증권이 차지해 눈길을 끌었다. KB투자증권은 1년 동안 총 6조2612억원의 회사채 발행의 주관을 맡으며 전체 시장에서 8.5%의 비중을 차지했다. 한투와 함께 전통의 강호인 우리투자증권을 4위로 밀어내고 당당히 2위로 올라섰다. 한국수력원자력과 한국동서발전 등 신용등급 'AAA'의 초우량 기업은 물론 GS칼텍스, GS에너지, 현대제철, 롯데하이마트, 신세계 등 우량 기업들의 주관을 도맡았다.
반면 10대 증권사 가운데 삼성증권과 미래에셋증권, 동양증권은 각각 3.1% 1.5%, 2.8%의 점유율을 보이며 전체 순위에서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중소형사 위축= KB투자증권이 선전했지만 회사채 시장에서 중소형사들은 전반적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회사채 수요예측 제도가 도입되기 전까지 리그테이블에 있었던 중소형사들의 실적은 감소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1.7%, KTB투자증권은 2.2%로 대표주관 실적이 줄었다. 이들을 제외하곤 아예 리그테이블에서 중소형사들은 자취를 감췄다. 전문가들은 수요예측이 의무화되면서 미매각 물량 인수에 대한 리스크가 커진 탓에 중소형 증권사의 자리가 줄어들었다고 분석했다. 자연스럽게 미매각 물량을 스스로 떠안을 여력이 있는 대형사들만 대표주간사를 놓고 경쟁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
앞으로 이같은 현상은 확대될 전망이다. 증권사 기업금융부 관계자는 "대형 증권사의 경우 A급 이상 채권만 인수하고 시장 리스크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는 등 보수적인 전략을 취하고 있다"며 "특히 신용등급이 우수한 기업의 회사채는 시장에서 인기가 있기 때문에 대형 IB들끼리의 경쟁은 치열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희정 기자 hj_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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