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 대표 체제에 투자까지 별도 운영…공적 책무도 강조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삼성전자의 투자 패턴이 크게 바뀌고 있다. 회사 전체의 이익을 강조하던 모습에서 부문별 이익 극대화에 초점을 두고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 공적 책무를 강조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23일 삼성그룹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투자 기조가 '회사 전체를 위한 투자'에서 '부문별 이익 극대화'로 변화하고 있다. 반도체, 통신, 가전 등 삼성전자의 3개 사업부문이 각자 대표 체제를 갖추며 투자까지 별개로 운용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2일 팬택에 지분투자를 단행한 것은 권오현 부회장이 맡고 있는 반도체 부문이다.
이번 투자는 박병엽 팬택 부회장의 요청으로 성사됐다. 삼성그룹에 따르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맡고 있는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부회장)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지성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이 이번 투자 결정에 주 역할을 했다.
3인 복수 대표 체제를 갖고 있지만 나머지 대표이사인 윤부근 사장, 신종균 사장은 이번 투자 결정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각 사업 부분장이 직접 투자를 결정할 수 있도록 각 대표이사의 업무 권한을 대폭 늘렸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특히 회사의 이익 자체가 아닌 공적인 의무 역시 투자 결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것으로 알려졌다.
IM 부문 입장서는 아무런 득이 없는 투자고 회사 입장서 볼때 재무적 투자가치도 높지 않다. 팬택 투자의 경우 엔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하청 업체까지 도울 수 있다는 점이 적극 고려됐다.
샤프 지분 투자는 윤부근 사장이 대표를 맡고 있는 소비자가전(CE) 부문이 독자적으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CE부문 입장서는 경쟁사이기도 하지만 중대형 패널을 안정적으로 공급받는다는 측면에서 얻을 것도 많기 때문에 투자를 추진하게 된 것이다.
샤프에 대한 투자는 삼성전자 입장서는 일종의 보은에도 가깝다. 샤프는 30여년전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 진출 당시 유일하게 기술 이전을 허락했던 업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 초기 기술자들을 샤프에 파견해 반도체 기술을 배우고 이를 통해 세계 반도체 시장 1위에 오를 수 있었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과거 삼성전자의 투자 방식은 회사 전체의 이익과 부합할 경우에 진행했지만 지금은 각 사업부문별 이익을 극대화 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면서 "삼성전자가 경쟁사에 왜 투자를 하느냐는 인식은 이미 내부에서는 사라졌고 특정 부문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효과가 있다면 얼마든지 투자를 할 수 있다는 쪽으로 기조가 변한 것"이라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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