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부터...지배구조 관련 금융법은 연기가닥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 김인원 기자]여야가 6월 임시국회에서 갑을(甲乙)관계 개선을 위한 법안을 최우선 처리키로 방침을 정했다. 이에 따라 관련 법안을 다룰 국회 정무위원회는 공정거래법 등을 우선 처리하고 금산분리와 관련한 법률 개정안은 추후로 연기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22일 국회 정무위 복수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한 대기업계열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강화하기 위한 공정거래법 개정안과 남양유업의 물량 밀어내기 사태로 촉발된 갑을관계를 바로 잡는 법안이 제출되면 이들을 최우선 처리하기로 했다.
일감몰아주기법은 법안심사소위도 통과하지 못해 사실상 논의를 새로 시작해야 한다. 법안소위 위원장인 박민식 의원은 오는 24일 전문가들과 함께 일감몰아주기와 관련된 '끝장토론'을 열어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개정안은 부당 내부거래의 위법성 요건을 현행 '현저히 유리한 조건'에서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완화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또한 내부거래에서 계열사의 총수일가 지분이 30% 이상일 경우 총수일가의 관여ㆍ지시를 추정하는 내용은 논란이 있어 삭제하거나, 수정하는 방안을 논의중이다.
하지만 새누리당 의원들이 기업의 경제활동 위축을 이유로 완화된 수준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안을 제안하고 있어 여야간 합의 도출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정무위 법안소위로 새로 넘어올 이른바 남양유업방지법을 두고는 여야간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새누리당은 기존 공정거래법을 개정한다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은 대리점에 관한 법률을 새로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새누리당 이종훈 의원은 개정안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하고, 일반적 불공정 행위에 대해서는 손해액의3배, 고의적이거나 반복적 불공정거래에 대해서는 최대 10배를 보상토록 하는 내용을 담기로 했다. 집단소송제 도입과 피해자가 공정거래위원회를 거치지 않고도 법원 등에 불공정 행위의 중지를 요청할 수 있는 '사인의 행위금지 청구제도' 도입도 담긴다.
야당은 민주당 이종걸 의원과 진보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비슷한 내용의 제정안을 발의했다. 이종걸 의원은 전날 발의한 개정안에 특정 기업의 상품만을 취급하는 대리점 거래의 특성을 감안해 표준대리점계약서 사용을 의무화하고 불공정거래행위 금지, 계약해지 제한, 대리점사업자 단체 구성 ,과징금제도 도입,징벌적 손해배상 도입 등을 담았다.
법안소위 한 위원은 "개정안과 제정안 중 어느 것이 좋을 지는 여야간은 물론 공정위 등 정부입장도 들어야 한다"면서 "다만 두 법안의 내용이 밀어내기에 대한 징벌적손해배상제, 집단소송제 등을 담고 있고 6월 처리에 대해서는 여야 모두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금산분리 강화와 금융회사 지배구조를 담은 금융위원회 관련 법안들은 사실상 6월 이후로 미뤄질 전망이다. 정무위 한 관계자는 "재벌의 금융ㆍ보험회사 사금고화를 막기 위한 금산분리는 경제민주화 핵심 내용 중 하나지만 여야와 정부, 업계의 이견도 크고 입장도 달라 법안소위에서 논의되더라도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경제민주화, 갑(甲)횡포 방지 등 시급한 법안의 처리에도 시간이 촉박해 6월 처리는 사실상 어렵다고 보면된다"고 말했다.
한편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당 정책위에서 오는 6월 임시국회에서 '갑을상생' 도모 법안을 우선 처리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고, 당내 경제민주화실천모임도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최우선 처리 의지를 밝혔다. 또 "현재 상법과 공정거래법이 있는데도 관련 법의 빈틈을 노려 이런 갑을 사태가 야기되는 만큼 새로운 법보다는 기존의 법을 보완하는 방향이 옳을 것"이라는 견해를 보였다.
이경호 기자 gungho@
김인원 기자 holein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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