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기초생활수급자에 대한 급여체계가 개별급여로 바뀌면서 지원금이 줄어드는 경우가 많아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홍원 국무총리는 지난 14일 첫 사회보장위원회를 열고 기초생활수급자에 기존의 '통합급여' 방식을 개인의 복지수요에 맞추는 '개별급여' 방식으로 개편하는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발표한 바 있다. 2014년 10월부터 적용된다.
기존에는 7가지 급여(생계·주거·의료·교육·자활·해산·장제급여)를 일괄 지원했다. 이번 개편에서는 ▲생계 ▲주거 ▲의료 ▲교육 급여별로 대상자를 선별해 각각 지급하기로 했다. 빈곤 정책 대상자 확대 등을 통해 복지사각지대를 줄여나가겠다는 목적이다.
◆자가주택 보유 기초생활자 총액 삭감=이번 대책으로 지원금이 삭감되는 사례가 나타나다. 자가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기초생활수급자인 박미경(가명)씨는 "개별급여로 바뀌면서 오히려 지원금이 줄어들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박 씨는 현재 기초생활수급자로 매달 정부로부터 98만원의 지원을 받고 있다. 4인 가정이다.
박 씨는 "4인 가정이 98만원만 가지고 생활한다는 것이 정말 쉽지 않다"며 "최대한 아끼고 안 먹는 생활을 하며 한 달 한 달을 겨우 버티고 있다"고 설명했다. 98만원 모두 생활비에 사용되는 것도 아니다. 박 씨는 주택담보 대출로 4000만원의 은행 융자를 받았다. 매달 대출금 이자로 23만원이 지출된다. 정부로부터 98만원을 지원받으면 23만원을 이자로 내고 나머지 75만원으로 한 달을 살아야 하는 셈이다.
그런데 통합급여에서 개별급여로 바뀌게 되면 박 씨에게는 심각한 상황이 발생한다. 개별급여로 바뀌면서 자가 주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주거급여 23만원을 전액 삭감한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정부도 자가주택자에 대한 주거 급여 삭감을 추진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씨는 "집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주거급여 23만원이 삭감되면 기존의 98만원에서 75만원으로 줄어들고 여기서 이자내고 나면 실제로 52만원으로 4인 가정이 한 달을 살아야 한다"며 깊은 한숨부터 내쉬었다.
박 씨는 "앞으로 52만원으로 한 달을 어떻게 버텨야 할지, 정부의 대책으로 인해 이러한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는데 무조건 정책을 시행하는 정부가 무섭고 두렵다"고 말했다. 그는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자기 힘으로 살아가기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기 위해 제도일 텐데 내년부터 바뀌는 제도로 우리 가정은 더 이상 최소한의 생계도 유지하기 힘든 벼랑 끝에 내몰리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정부 "아직 구체적 방안 확정되지 않아"=정부는 이에 대해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주거급여와 관련된 정책을 만들고 있는 국토교통부의 한 관계자는 "자가 주택을 가지고 있는 경우 기존에 통합급여보다 개별급여로 바뀌면 총액이 줄어드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며 "급여 체계 변화로 발생하는 지원금 차이를 어떻게 보전할 것인지 고민 중"이라고 설명했다.
국무조정실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회보장위원회에서는 전체 그림은 그렸고 구체적으로 자가주택을 가지고 있는 기초생활수급자의 주거 급여를 삭감한다는 조항은 없다"고 전제한 뒤 "다만 자가주택자에 대한 주거 급여 삭감으로 방향을 정하고 다른 급여에서 보전하는 식으로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
개별급여로 바뀌면서 기초생활수급자는 140만명에서 220만명으로 늘어난다. 보건복지부는 이에 따른 예산 편성을 고민하고 있다. 개별급여로 전환했을 때의 경우를 시뮬레이션 통해 점검한 뒤 늦어도 올해 하반기에는 구체적 예산안을 마련, 기획재정부에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복지재원 마련이 쉽지 않은 가운데 이번 개별급여 체제 개편으로 기초생활수급자는 늘어나고 관련 예산이 증가되지 않으면 문제점이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 씨의 경우처럼 주거급여가 삭감돼 전체 지원 금액이 줄어드는 사례가 많을 것으로 보여 앞으로 정부가 추가 대책을 마련해야 될 것이란 지적이 일고 있다.
세종=정종오 기자 ikok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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