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나무'의 발칙한 경매⑩]부동산 침체기, 경매로 월세 받기
[아시아경제 이민찬 기자]모든 투자가 그렇듯이 부동산시장도 롤러코스터와 같이 오르막과 내리막이 존재한다. 특히 저점을 향해 곤두박질 칠 때에는 이해할 수 없는 특이한 현상들이 벌어진다. 충분히 가치가 있는 부동산 물건도 투자자의 손길이 끊어지면서 저평가되고 홀대받곤 한다.
현재 부동산시장은 많이 저평가 됐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이 때문에 양질의 부동산을 취득하기 좋은 때라고 생각한다. 과거 부동산시장이 지금과 같이 불황의 늪에 빠져있었을 때 저렴하게 취득해 고수익을 낸 경우가 많다.
5년 전 어느 날 경·공매 물건을 검색하던 중 감정평가액의 3분의 1까지 저감된 상가 물건을 발견했다. 너무 많이 저감돼 있던 터라 물건에 대한 신뢰는 낮았다. 도대체 얼마나 안 좋은 상권이고 노후도가 심하기에 건축비도 안 되는 가격까지 저감됐는지 궁금증이 생겼다.
이에 물건을 실제로 보기 위해 현장을 찾았다. 위치는 안산 중앙역 앞 중심 상업지역이었다. 지역 특성상 야간 매출의 비중이 전체 매출의 9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상권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야간을 선택했다.
중심거리로 들어서자 젊은이들을 비집고 앞으로 나가기 어려울 정도로 북적거리는 상권이었다. 주로 1층에만 있는 음식점들이 3~4층까지도 성업하고 있을 정도로 우수한 상권인 것을 확인하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렇게 우수한 상권에서 어떻게 경매가 나왔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하지만 이 상가는 주변과 다르게 오래 전 폐업신고를 하고 폐문부재 중이었다. 4층 전체 전기가 끊기고 엘리베이터 운행도 하지 않는 상태였다. 발 디딜 틈 없이 유동인구가 많은 상권에서 홀로 폐가처럼 버려진 상가였다. 이해가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상가는 부속토지의 가격과 건축비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구매력을 얼마나 갖고 있는 지가 가치산출의 기준이 된다. 눈으로 보고 느끼는 수밖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어보였다. 유동인구와 출입통로, 매출 상황, 주 소비층 등을 중심으로 꼬박 3일 동안 밤낮으로 조사했다.
모든 조사를 마치자 이 상가는 꼭 살아난다는 믿음이 생겼다. 투자에 실패한다고 해도 후회 없는 선택이라고 판단했다.
상권에 대한 믿음 하나로 감정가의 3분의 1도 안 되는 가격인 6000만원 대에 낙찰을 받았다. 4층을 제외한 나머지 층이 전부 영업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상가를 살릴 수 있었다.
실제로 투자했던 2000만원은 보증금으로 전부 회수했다. 매월 받는 임대료는 대출이자를 납부하고도 100만원 정도의 고정수익을 가져다 줬다.
꾸준히 많은 물건을 답사하고 상권을 조사하다 보면 남이 보지 못하는 미래가치에 대한 정확한 판단력이 생기게 된다. 가치에 대한 날카로운 판단력은 소액투자로 대박상가를 얻을 수 있는 튼튼한 기초체력이 되는 것이다.
'버드나무' 강윤식(사진)은?
서울에서 태어난 필자는 경매를 업으로 삼은 아버지 밑에서 자랐다. 태어나 바로 경매와 인연을 맺은 셈이다. 1990년대 사업에 실패한 후 본격적으로 경매에 뛰어들었다. 재고의 부담도 없고 번듯한 사무실을 갖춰야할 필요도 없었다. 시간도 자유로웠다. 창의적이고 역동적인 경매의 매력에 푹 빠져 살다 보니 '365일 월세 받는 남자의 고수익 나는 경매'라는 책도 출간하게 됐다. 다수의 방송에서 경매 관련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지금은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과 "프리버드"(cafe.daum.net/liberalbird)라는 카페를 바탕으로 후배를 양성하고 있다.
이민찬 기자 leem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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