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대통령 후보시절부터 박근혜 정부는 '성폭력'을 우리 사회가 시급히 근절해야 할 4대악(惡) 중 하나로 천명해 왔다. 그러나 이번의 '윤창중 성추행 파문'은 이 4대악의 근절이 어디서부터 시작돼야 하는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여성인권과 정책의 핵심부처인 여성가족부가 이에 대해 보이고 있는 모호한 태도는 그 점을 더욱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이번의 윤창중 사태는 사실 예고된 인재(人災)였다. 윤 전 대변인은 사실 공직을 맡는 것 이전에 한명의 균형잡힌 인간으로서도 여러 면에서 문제 투성이였음을 보여줬었다. 그런 그를 압도적인 여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임명을 강행한 것은 임명권자에게는 일종의 '보은'이었을지 모르나 윤창중에게는 어떤 무리한 행태와 탈선도 용납되며 오히려 때로는 보상이 주어질 수 있다는 잘못된 메시지로 받아들여졌을지 모른다. 그는 그래서 득의만면해졌을 것이고, '용감하게도' 이번과 같은 사고를 내게 된 것이 아니었을까.
그뿐만 아니라 정부와 여당 측의 다른 고위 인사들에 대해 보여준 관대한 태도도 이번 사태의 '원인(遠因)'이 됐다. 윤창중 파문 전에도 청와대의 성의식에 대한 의문을 자아내는 사건들이 있었다. 최근 건설업자 윤 모씨의 사회지도층 인사 성접대 의혹에 법무부 차관이 연루되면서 청와대의 인사검증 시스템이 도마 위에 오른 바 있었지만 청와대 측은 이에 대해 둔감한 태도를 보여줬다. 지난 총선에서 새누리당 공천을 받아 당선된 김형태 의원이 '제수 성추행 미수 의혹'을 샀지만 여당의 지도부는 이에 대해 미온적 태도를 보여 결국 그가 당선되도록 했고 그는 여전히 국회의원직을 유지하고 있다. 당시 윤창중 전 대변인이 '선규명 후조치'하겠다는 박 위원장을 두고 "친박 온정주의에 빠졌다"고 칼럼을 통해 비판하며 "금배지를 반드시 떼도록 수단 방법 가리지 말라"며 강력한 대응을 주문한 장본인이었다는 점은 희극적 아이러니다.
'윤창중 파문'은 4대악의 추방에 있어서 먼저 무엇이 선행돼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그건 정부 자신부터의 철저한 '언행일치'다.
오진희 기자 val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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